저자(글) 김용우
인물 상세 정보1952년 전남 함평군 대동면 덕산리 아차동 출생
1962년 대동향교 초등학교 4년 중퇴, 1976년 2사단 전역, 1979년 사우디 취업, 현재 자영업
저서 『미쟁이들』(2014), 『노도부대와 영농병』(2014), 『여섯 색깔 무지개』(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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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
열 국지 책 속 오자서의 파란만장한 삶과 백비의 배신을 침 튀겨가며 얘기하다가 한식날 찬밥과 개자추를 설명하였더니 가까운 친척 할아버지는 힘없는 웃음을 보여주셨고 지방대 교수님이 되신 고향 선배님은 아무렇지도 않은 머리칼을 쓰다듬어 올리면서 입을 열었다. 책 한 권 써보지 그래? 유흥준 교수의 완당평전을 읽고서 후지츠카 소전 손재형 새한도를 조심스럽게 꺼내 들자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이 말했다. 책 한 권 써보지 그래? 모두들 나의 가방끈 길이를 잘 알고 있어서였다. 인마, 삐뚤어진 손가락으로 몇 자 갈기고 짧은 혀로 주절거린다고 책 이란 놈이 방구석에서 삐져나오는 줄 아니? 십수 년간 귀 가장자리에 짓눌려진 말들이었다. 시부럴, 나 같은 놈은 책 읽은 말도 못하나 염병, 지나온 일들을 잘만 더듬어내면 못할 것도 없지. 곱든지 안 곱든지 마음 다잡았다면 쇠말뚝부터 박아버리자. 어머니, 동생들, 친구들에게 대찬 인생살이의 문을 열었다고 호언장담을 하였다. 그 후부터 밀려드는 압박과 자괴감의 후유증은 잠 못 이루는 지루한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가끔 꿈을 꿀 때면 어느 땐 흐릿하다가 선명하다가 나와 비슷한 사람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다가 어린 과거가 턱밑으로 다가올 때도 있었지만 슬프거나 기쁜 일이 기억을 더듬어주어도 아침 해가 뜨고 하루가 시작되면 어젯밤 꿈은 기억 밖으로 사라지고는 하였다.
일곱 살 때 할머니 손을 잡고서 국민학교 정문까지 왔다가 할머니가 보이지 않으면 집으로 되돌아와 어머니에게 혼나고 난 후부터는 울타리 너머 대나무 숲에서 시간 죽이는 요령을 터득하였고 함평에서 목포 고모님 댁으로 가신 할머니를 찾으려고 국민학교 2학년 8살 나이에 무임승차를 배웠다.
아홉 살부터 서울을 알게 되어 함평 학다리에서 서울을 이웃집 마실 다니듯 하다가 열두 살 때에는 서울이라는 낯선 동네의 소시민이 되었다. 12월의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염천교 아래 기차 하치장에서 눈 속에 파묻혀 잠을 잘 때도 있었고 친구들을 알면서부터는 파출소가 집보다 가까워지기 시작하여 파출소에서 모래 담긴 재떨이로 두들겨 맞아 등뼈가 찢겨지는 아픔도 느꼈고 서대문 경찰서와 불광동 소년원을 지나쳐 어찌어찌하여 2사단 군 생활 때는 염천교에서 안아온 동상이 너무 심하여 혹한기 훈련 때면 노란 삼각천을 달고 다니기도 하였다.
제대 후 이틀 만에 중고 리어카를 구입하여 소금을 팔아 3달 만에 새로운 장사를 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구입하였고 이틀 만에 오토바이를 도난당하기도 하였다. 나의 전 재산이라는 것을 하나님께서 아셨던지 8일 만에 다시 되찾았지만 오토바이를 훔친 녀석이 나보다 불쌍한 놈 같아서 놓아준 죄로 형사와 검사에게 곤욕을 치른 다음에는 사기 사건에 휘말려 몸뚱이까지 저당 잡히기도 하였다.
그 후 지나온 생을 뒤돌아 볼 때마다 날마다 숨 쉬고 있는 것에 감사하였고 지나온 일들 모두가 나의 큰 자산이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나의 창자 밑바닥을 지나 발뒤축까지 밑바탕에 깔린 넉넉한 자본을 발판 삼아 눈앞에 다가오는 모든 일들을 가볍게 생각하여 언제나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엎어지고 자빠져도 아프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인생이란 태어날 때부터 빈손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이 모든 일들은 나 혼자였을 때가 전성기였지만 천국을 눈앞에 둔 결혼과 거미줄처럼 얽혀져 있는 세상이 옆에 있다는 사실을 깨우쳤을 적에 우울하면서 칙칙한 환경들이 함께 얽매여 있다는 현실에 자꾸만 뒤돌아보는 버릇 하나를 더 안고 가게 되었다. 이제부터 인생이 시작되는 건가? 하지만 개 버릇 남 못 준다 하지 않았던가. 50년 이상을 온 몸뚱이 구석구석에 심어놓은 씨앗들이 머리 하나로 한꺼번에 싹 틔울 수는 없었고 인생의 쓴맛을 혓바닥에 묻혀 가기 시작하였다. 쓰디쓴 혓바닥은 온갖 사악함으로 물들어 가 있었었다. 이제 이 정도면 함소입지(含笑入地)해도 되지 않을까.
컴퓨터를 내 마음대로 주물럭거리지 못하여 힘 빠진 손가락으로 지나온 일들을 써 가는데 일만 자도 아닌 36만 자를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 쓰다 보니 머리마저 우왕좌왕하면서 눈알이 흐트러졌고 타자하고 담쌓고 살아온 죄 때문에 신준이를 데리고 나는 입으로 신준이는 손으로 오두방정을 떨면서 35년 전의 사우디 생활을 생활한 그대로 정리했다.
참으로 부끄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였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에게 미리 꽂아 놓은 쇠말뚝이 눈에 잡혀 현재 나의 일상으로는 최선을 다하기도 하였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만 시간을 내어 보니 어깨를 짓누르는 무서운 밤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고맙고 감사하게도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이 계시면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많은 격려를 해주신 김재각 선배님, 최은숙 교정 담당님과 김영배 편집 담당님, 이광재 실장님, 좋은땅 출판사 가족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2014년 5월
김용우
/ 차례 /
/ 작가의 말 / 08
/ 프롤로그 / 14
어머니의 손을 놓고 / 017
SNEP 해군기지 / 029
별장 공사 / 047
라 일라하 일랄라 / 073
콘크리트 + 미장 / 081
강제 귀국 / 105
열풍, 콘크리트 반장 / 115
주베일 / 147
BP 시험사 / 161
카세트 / 167
빡빡머리 / 183
세화 / 229
공상과 사상 / 257
직영 개잡부 / 279
리야드 / 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