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글) 최규일
인물 상세 정보살다 보니 어느새 여든의 언덕에 올라섰다. 자부의 권유와 주선으로 삶의 흔적을 담아 종합작품집 ‘여운’을 내게 되었다. 못난이가 띄워놓은 풍선은 아닐는지.
나는 강원도 원주 치악산 밑 금대리라는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다. 옛집 마당가에 큰 바위 밑에서 솟아 나오는 샘물이 있었는데, 나는 그 샘물을 생각하여 호를 상천(常泉)이라 지었다. 그저 마르지 않고 흐르는 물이었으면 해서랄까.
일제 수탈의 와중에 태어나 그들의 수탈을 보면서 자랐고, 해방을 맞자마자 6.25의 참화를 겪었으며 폐허 속에서 불철주야 조국근대화에 앞장서왔다.
평생을 철도에 몸 받쳐 국가발전에 기여하였고, 은퇴 후, 인생 제2막을 맞아 젊었을 때 못했던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세월보다 빠르게 변화해가는 사회 속에 옛날만을 고집하지 않으려 노력해왔으며, 실버기자를 하면서 미력이나마 재능봉사에 동참도 하고 있다. 팔십의 문턱에서 수필가라는 이름도 얻고 취미생활도 해가며 아직 바쁘게 지내고 있으나, 너무 오래 살아 사회에 누가 될까 염려스럽다.
‘여운’은 그동안 내가 쓴 수필, 여행기, 기사문 중 활자로 발표된 것, 전시회에 냈던 것 등을 주로 하여 그 흔적들을 찾아 나열해보았다. 나는 잘하는 것도 자랑할 만한 것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자녀들이 이렇게 지성껏 공경하고 작품집도 만들어 주니 자랑해도 좋지 않을까.
‘여운’이 흐릿하게라도 여운(餘韻)으로 남을 수 있다면 보람이겠다.
2017년 03월 22일
常泉 崔 鍾 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