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글) 송보현
인물 상세 정보하와이 대학에서 국제학을 전공한 저자는 반도체 부품 수입 유통을 다루는 중계 무역에 뛰어들어 성공한 사업가의 길을 걸었다. 사회, 환경, 경제, 문화, 정치 분야 등에 관심을 두어 2012년에는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한 젊은 사회 활동가이다. 처녀작 소설 〈왕죽이기〉는 독특한 구상으로 큰 관심을 받은바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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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 율리시에게 면회를 가던 사제 베드로는 성당으로 마차를 되돌렸다. 그가 모시는 신부 발렌티노를 살해하는 날이 꼭 오늘이어야 한다는 묘한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마차의 단단한 나무 바퀴가 진창이 되어 버린 숲길을 밟을 때마다 속이 울렁거렸다. 참다못한 베드로가 커튼을 젖혔다. 나무마다 젖은 나뭇잎들이 검게 달라붙은 숲은 빛보다 그림자가 울창했다. 마부의 채찍질이 더하자 나무들이 숲속에 모인 검은 유령들처럼 베드로의 곁을 지나쳤다. 베드로는 숲이 두려웠다. 밤이면 숲에서 기이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들고양이의 울음소리라고 하기에는 거칠었고, 애달픈 산짐승의 목청이라기엔 너무나 새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처형당한 사형수들의 영혼이 숲속에 터를 잡은 울음이라고 단정 지었다.
베드로는 간밤에도 그 기이한 소리를 들었다. 성당의 창틀을 두드리기 시작한 빗소리와 맞물려 어찌나 불길하던지 창을 닫고 커튼으로 싸매도 책상 위의 촛불이 허공에 글을 쓰듯 이리저리 흔들렸다. 마치 억울함을 호소하는 죄수 율리시의 붓질 같았다. 베드로는 성호를 그었다. 그를 태운 마차가 어서 어수선한 땅을 지나 정돈된 장소에 발을 들이기를 그리고 내일이면 사형대에 오를 율리시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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