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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추리소설은 무엇일까? │ 출처: Pexels
최초의 추리소설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지일우 기자의 〈추리소설 탄생 174년…세계 문학 속 명탐정 5選〉을 보면, 공식적으로 지정된 바는 없지만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가 1841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모르그가의 살인 사건」이 추리소설의 시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후 앨런 포의 영향을 받아, 아서 코난 도일(〈셜록 홈스〉의 저자) 등 추리소설의 대가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죠. 그렇게 대략 180년의 오랜 역사를 지나, 추리소설은 소설의 대표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다른 장르와 차별된 추리소설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서사적 긴장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긴장의 최고치에서 진실이 풀릴 때의 그 카타르시스, 아마 그것이 대중을 사로잡는 매력이겠지요. 한편으로는 통속소설 취급을 받으며 문학성/예술성으로는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추리소설의 가치는 ‘재미’ 그 이상은 없는 걸까요?
기자이자 추리소설가인 이상우는 한 칼럼에서 추리소설의 인문적인 의미를 짚어 냅니다. 그는 〈‘미스터리 문학’은 성립할 수 있다!〉에서 추리소설이 인문학적 가치를 중점으로 둔 장르는 아니라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문학성/예술성이 없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이며, 추리소설의 문학적 가치를 논합니다. 프랑스 작가 조르주 심농의 『메그레 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예시를 들며 “인간의 욕망에 관한 문제를 가장 많이 다룬 문학이 추리소설일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와 같이 추리소설은 장르문학과 순문학 사이에서 ‘문학성/예술성’의 여부를 두고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전홍범 저자의 『구스타프 김』 또한 그 논의에 맞닿아 있습니다. 『구스타프 김』에 수록된 총 7편의 단편소설 중 표제작인 「구스타프 김」과 「거울 속의 사람」은 정석적인 추리 플롯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먼저 「구스타프 김」은 화자가 북 외교관 김준(구스타프 김)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며, 그를 회상하는 서사입니다. 스웨덴 국왕 관저에서의 첫 만남부터, 그의 남한 망명을 도왔던 것까지. 독자는 이 회상 속에서 ‘김준이 왜 남한 망명을 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통해 서사에 몰입하게 됩니다. 「거울 속의 사람」도 추리 플롯을 지니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내의 행적을 밟아 가는 화자의 이야기로, 아내의 진실이 점차 드러나는 진행이 서스펜스 중점에 있죠.
중요한 건, 결국 그들이 찾아낸 게 사건의 진실만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좋은 추리소설이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극 중 서스펜스를 얼마나 높은 밀도로 이끌어 가는가.
그 서스펜스가 해소되었을 때, 얼마나 멋진 페이소스를 선사하는가.
「구스타프 김」과 「거울 속의 사람」 모두 서스펜스의 밀도 측면에서 훌륭합니다. 또한 주목할 것은 서스펜스를 해소하는 방향이 여타의 추리소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입니다. 「구스타프 김」의 구스타프 김이 남한 망명을 통해 얻으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거울 속의 사람」에서 아내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화자를 떠났는지.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이 아닌, 그 해답으로 향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춥니다.
즉, 「구스타프 김」에선 화자가 구스타프 김에 대한 회상을 통해 겪는 사랑과 삶에 대한 미망, 「거울 속의 사람」에선 화자와 아내가 나눈 순간적인 사랑의 정서가 작품 속에서 더 큰 의미로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 작가가 추구하는 추리는 사건의 진실을 위한 발판을 넘어, 삶과 사랑에 대한 방황, 그 자체를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문학적 요소였던 것은 아닐까요.
이 책의 출판사 소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데올로기와 사랑, 그사이에서의 망명
그들이 찾으려던 것은 무엇일까
2000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으로 등단한 신춘문예 2개 부문 당선 작가 전홍범은 23년이 흐른 후 비로소 등단작 「구스타프 김」을 표제작으로 한 소설집 『구스타프 김』을 발간한다. 첫 등단은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작 「참새풀」이다.
등단 이후 군산 고군산군도 야미도를 배경으로 한 창작 아동소설『불새』(2015년)와 SF 장편소설 『시간의 이면에서』(2018년)를 펴낸 바 있지만, 그가 이번에 낸 소설집『구스타프 김』은 소설 작가로서 공식적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은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출간한 소설집은 소설 작가로서의 등단작이자 표제작인 「구스타프 김」을 비롯하여 사랑을 주제로 한 일곱 편의 중·단편 소설 「오해」, 「엑사와 아토」, 「새들의 장례식」, 「거울 속의 사람」, 「비」, 「미드나이트 블루」를 수록하고 있다. 짧은 분량으로 기억의 파장을 유려하게 표현한 「오해」, 세 가지 이야기가 교차하며 방대한 정서를 표출하는 중편소설 「미드나이트 블루」 등이 멋지다.
이 가운데 주목할 만한 두 작품 「구스타프 김」과 「거울 속의 사람」을 보자.
먼저 「구스타프 김」.
서사는 화자가 구스타프 김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북한의 외교관인 김준, 구스타프 김이라 불리던 남자를 화자가 회상하는 형식이다. 스웨덴 국왕 관저에서의 첫 만남부터 대한민국으로 망명을 돕게 되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의 회상이다. 이야기는 구스타프 김의 망명 이유를 서스펜스의 근간으로 잡고 진행된다. 그가 그토록 위험을 무릅쓰고 얻어 내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화자의 회상을 따라가다 보면 점차 쌓여가는 것은 해답이 아닌 질문이다. 이데올로기와 사랑, 그리고 망명. 소설은 이 무거운 문제의식을 단편이란 짧은 분량 안에서 멋지게 함축하고 있다.
「구스타프 김」과 유사한 플롯인 「거울 속의 사람」도 살펴보자.
결혼한 지 1년 만에 실종된 아내 금희를 애타게 찾는 화자 윤서로부터 서사는 시작된다. 윤서가 금희의 과거 행적을 밟아 나가면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구스타프 김」과 같은 추리 플롯을 따른다. 금희의 과거가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는 윤서로 인해 서스펜스는 점차 절정에 달한다. 밝혀질 듯 말 듯 한 비밀. 그 비밀은 마지막 금희의 편지로 풀린다. 그런데 금희의 실체와 무관하게 이 소설에서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윤서와 금희가 처음 만난 강릉 바닷가의 장면이다. 왜 이 장면이 핵심처럼 인상적일까. 작가가 풀어내고 있는 추리의 방식이 기존의 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추리 서사의 포인트는 두 가지이다. 첫째, 사건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지의 서스펜스 밀도. 둘째, 비밀이 밝혀졌을 때 오는 페이소스.
저자의 소설에서 첫째 포인트는 모범적이다. 그런데 둘째 포인트에 특이점이 있다. 사건의 비밀이 해소되면서 독자들에게 페이소스를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적 아이러니와 질문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이들 두 작품에 있어 구스타프 김이 망명을 한 이유와 금희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구스타프 김과 화자의 질긴 인연이 남긴 정서 그리고 윤서를 처음 만났을 때 금희가 느낀 충동적인 사랑이 더욱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작가는 추리의 형식을 진리를 밝히는 수단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삶과 사랑을 헤매는 공간으로 작용시킨 것이다. 그 안에서 ‘알 수 없음―무지’라는 문학적 결과물을 도출해 내면서 말이다. 여전히 ‘왜 살아가며, 왜 사랑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결하지 못하지만, 해결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가 창조한 인물들은 여전히 소설 안에서 소설 바깥을 향해 초연하게 시선을 비춘다. 그 시선 속에서 독자는 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삶의 불가사의를.
추리라는 장르를 장치가 아닌, 문학과 삶에 대한 깊은 질문으로 확장한 『구스타프 김』. 앞서 소개한 두 소설뿐만 아니라, 나머지 5편의 소설도 알 수 없는 사랑과 삶의 행적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이러한 작업은 장르문학과 순문학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문학성’이란 정의를 다시 세우는 시도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추리소설의 대중적 재미와 문학적 의미까지 모두 사로잡은 『구스타프 김』의 업적을 이번 기회에 만끽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자료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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