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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피렌체
런던과 파리에서 날씨 운을 다 썼는지, 피렌체에서는 하루 종일 비가 왔다. 비가 잠시 그쳐 우산을 가방에 넣고 돌아다니면 접이식 우산을 잔뜩 들고 돌아다니는 흑인들이 꼭 말을 걸어왔다. 필요 없다며 우산을 꺼내 보여 주면 그들은 실망감이 드러나는 표정으로 고객이 되어 줄 다른 대상을 찾으러 다녔다. 마침 배도 고프고 보슬비도 피할 겸 이탈리아식 레스토랑으로 갔다.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아마 비가 어느 정도 그치기 전까지는 밖으로 나가지 않겠지. 비가 와서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도 굳이 레스토랑 바깥의 테이블로 자리를 잡고 고기피자와 생맥주 한 잔을 시켰다. 비 때문에 가게 테라스에 매달린 화분 잎에는 잎마다 물이 맺혔다가 똑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맥주 한 잔에도 얼굴이 금방 벌게져 세 모금 정도 남기고 다시 길을 나서야 했다.
늦은 오후, 전날 싼값을 주고 샀던 남색 우산이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처럼 비가 쏟아졌다. 바닥에까지 물이 차서, 건너편 강물이 이곳까지 불어난 느낌마저 들었다. 고풍스런 느낌의 보석 가게들이 늘어져 있는 거리로 가 보니 사람들이 가게 처마 밑에 옹기종기 모여 비를 피하고 있었다. 관광객도 있었고, 현지인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붕 밑으로까지 공격하듯 새어 들어오는 비를 피하는 와중에도 진열되어 있는 물건들을 가리지 않고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어떤 일행이 진열된 물건들을 가리고 서 있다면 가게 안에서 주인이 나와 서 있지 못하게 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 옆에도, 건너편에도, 그 옆에도 광광 쏟아져 내리는 비를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가게에 꼭 붙어 서 있는 모습들이 왜인지 재미있었다. 그러다 건너편에서 한 사람이 가방에서 우비를 꺼내 입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이 우산을 씌워 주거나, 연인들끼리 어깨동무를 하고 우산을 쓰며 걸어가거나, 아기를 업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젊은 엄마를 보며 옆에 있어 주는 누군가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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