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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30~40대 후반이 많았는데 점차 20대 환자분들도 많아지는 추세지요. 그중에서도 사회초년생이나 대학생들의 불안감은 나날이 커져 가는 것 같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변해 가는 사회적 분위기와 현실 속에서 스펙이 우선시되고, 끊임없이 경쟁을 유도하며, 더 큰 역량을 바라기 때문일까요? 나에게 지금 시대의 대학생으로 살아 내라고 한다면,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저를 만나러 왔던 이 대학생 역시, 이렇듯 힘든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명문대 복학생의 말 못할 고민
훤칠하고 잘생긴 청년 하나가 진료실로 들어섭니다. 요즘 말로 훈남이라고 하죠. 눈빛은 다소 불안정해 보이는 듯도 했지만, 겉으로 보기엔 그저 잘생기고 준수한 대학생이었어요. 작년에 군대를 마치고 복학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휴학까지 포함해 약 3년 후, 다시 돌아온 학교는 너무 낯선 모습이었습니다. 개인적이다 못해 냉소적인 분위기,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며 공부에만 열중하는 모습들. 모르는 것이 있어도 질문 한번 하기조차 어려웠고, 하루하루 지날수록 숨이 턱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이제 내년이면 곧 졸업인데 준비된 것은 하나도 없고,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결정도 못 했는데 당장 내일 제출해야 할 리포트는 산더미이고,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었죠.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리던 어느 날, 공황발작을 경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산실에서 처음 시작되었는데, 이후 일반 강의실에 들어가려고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매스꺼워 강의 자체를 들을 수가 없을 만큼 증상이 심각해지고 있었습니다.
공황장애는 교감신경과 매우 관계가 깊습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한다거나 시험을 볼 때, 혹은 누군가와 큰 소리로 싸울 때 등 큰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느끼면 교감신경이 항진되는데요.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심장세동, 빈맥, 가슴 답답함, 동공 확대, 다한, 질식감, 어지러움 등의 신체적 증상이 함께 나타나게 됩니다. 공황장애의 증상들과 매우 비슷하죠. 이 청년의 경우, 아직 젊어서 건강에 큰 이상은 없었습니다.
다만 자율신경검사 결과, 예상대로 교감신경이 크게 항진되어 있었고 심장과 머리의 열감이 매우 심한 상태였습니다. 적외선체열 진단이나 자율신경계 검사와 같은 기계적 검사를 마치면, 해당 데이터를 통계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과학적 장비가 나타낼 수 있는 결과치는 정확하지만 단면적이라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복진, 설진과 같은 한방적 진단을 통해 이러한 점을 보완하고 더 복합적이고 세심한 처방의 기초로 삼습니다.
복진은 복부 주변을 강하게 눌러 보며 진단을 하는 방법으로 몸의 긴장도를 확인할 수 있고 압통의 부위와 강약에 따라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설진은 혀의 상태를 보는 진단법인데요. 혀는 심장의 싹이라고 불릴 만큼 심장의 상태를 정확하게 나타내는 신체 부위 중 하나로 혀의 색상과 건조도에 따라 심장의 상태를 판단합니다. 이 청년의 복진, 설진의 결과 또한 예상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심리 치료와 한약 치료, 침 치료가 함께 병행되어 복합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심리 치료는 젊은 환자분들에게 더 좋은 효과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나이 드신 분에 비해 마음이 열려 있기 때문이겠죠. 몸의 에너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한약을 써도 효과가 빠릅니다. 하지만 증상만 잡는다고 완치가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무엇이 환자를 불안하게 하는지, 그 진짜 원인을 함께 분석해 가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그 문제들을 객관화하고 정리해 가는 과정을 거치면 그다음은 스스로도 조금씩 해결할 힘을 자연스럽게 얻게 됩니다.
젊을수록 마음의 회복도 빠르다
처음에도 말씀드렸듯, 이 청년은 외모가 매우 준수한 학생이었습니다. 외모가 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세상에서 이 학생만이 가진 강점들을 함께 찾아가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드렸습니다. 사람은 신이 아니기에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선택과 집중의 역량을 모은다면 얼마든지 경쟁력 있는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친구였으니까요.
과열된 심장을 가라앉혀 항진된 교감신경을 바로잡아 주는 한약 처방을 하고 2주 정도 지났을 때, 다시 만난 청년은 한결 가벼운 표정이었습니다. 불안감이 줄어들자 답답하고 메스꺼운 증상들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고 말이지요. 1개월 정도 지나자 공황장애 증상의 50% 이상이 해소되었고, 3개월의 치료를 온전히 마치기도 전에 좋은 컨디션으로 다시 강의를 듣고 미래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평범한 대학생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젊고 에너지가 있기에 더욱 치료 효과가 빠르고 좋았던 케이스였습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호소하면서, 공황장애에 대한 인식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의학적 지식들을 쉽게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게 되자, 그만큼 치료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 또한 매우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이 ‘내가 공황장애인가?’라고 의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저 마음의 문제라고 여겨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지, 운동밖에 없어 등 자가 치유에 비중을 두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인터넷으로 떠도는 상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단순히 증상만을 보고 자신의 병을 진단하거나 치료법을 결정해 버리는 것 또한 위험한 일입니다. 간단한 검사와 상담을 통해 자신이 우울증인지, 공황장애인지, 화병인지,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것이 결국 시간과 비용은 물론, 불필요한 마음의 소비까지 줄이는 방법이라는 걸 더 많은 분들이 아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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