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좋은 책"을 만들어 갑니다.

들어가면서



1994년 4월 1일 대학 1년 후배와 둘이서, 살던 집 가까이에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15만 원 하는 7~8평 크기의 자그마한 사무실을 얻어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당시 제품은 유산균, 효모균을 배양하고 고체에 접종시켜 제품화시킨 유기물 발효제였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제조장이 없어 아는 분의 마당을 빌려서 만들기도 하고 남의 공장 한켠을 사정사정하여 빌려 가면서 그렇게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내가 맘 편히 만들 수 있는 제조공장이 없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눈치 보아가면서 제품을 만들다 보니 내 공장을 갖는 것을 늘 염원하였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1997년 봄에 충북 음성에 200평 조금 넘는 땅을 구입하여 토목공사를 직접 하면서 공장을 지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공장 이래 보았자 대지 300평도 채 되지 않고 제조장이 60평도 되지 않는 조그마한 곳이었지만 내게는 그 어떤 큰 공장보다도 훨씬 값지고 소중하였습니다.

생전 시골 생활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는 아내와 두 자녀를 데리고 공장 근처 소읍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그 작았던 제조공장은 대지가 1,500평 가까이 늘어나고 건물이 몇 채 더 지어졌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점점 성장하면서 주변 여건상 전문 연구인력이나 신규직원 채용 문제 등으로 몇 해 전 현재 본사가 있는 충북 오송바이오산업단지로 연구소 및 본사를 이전하여 충북음성 공장과 본사를 함께 두 군데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별 크지 않는 회사 여건상 많은 불편사항과 경비 등이 이중으로 지출되어 아무래도 운영상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음성공장을 처분해야 하는데, 어려웠던 시절 생손톱이 빠져가며 내 손으로 직접 일하고 공사해 가면서 짓고 가꾸면서 많은 애정을 쏟은 공장을 아까워서 쉽사리 처분할 수가 없었습니다.
회초리만 한 굵기의 어린 묘목 때 손수 심었던 자두나무가 이제는 허리 허벅지만 한 크기로 자라났고 큰비에 무너져 내릴까 포클레인을 불러 손수 쌓은 석축들도 이제는 튼튼히 자릴 잡고 있습니다.
회사 여기저기에 있는 모든 것들이 힘들고 고생했던 시절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공장 구석구석 많은 애정과 수고가 깃들어져 있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손수 확장해 가면서 같이 해 온 터전이라 더욱 애착이 갔습니다. 아까워서 매각을 하지 못한 채 이러저러한 이유로 근 1년 가까이 두 군데를 운영하며 버텨왔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낮은 가격에 음성공장을 처분하기로 매매계약을 했습니다.
문득 ‘욕심을 버리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손수 힘들여 짓고 그때 회사가 발전하는 시기를 같이 하면서 정이 들었던 곳이라도 무리하게 그런 것 때문에 내가 미련을 두고 집착하는 것은 결국 내 욕심이다. 욕심을 버리고 내려놓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낮은 가격이라도 지금 매입하겠다는 임자가 나타났을 때 미련 없이 처분하자, 그것이 옳은 일이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라는 증권가의 격언이 있지요. 그런 것 같습니다. 다소 아쉽고 아까울 때 내려놓는 것이 좋다는 생각입니다. 내가 다 가지고 다 챙긴 후에 내놓으면 다른 사람은 가져갈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애정이 깃든 예전 공장을 싼 가격에 계약하고 매입하면서 상대방도 좋아하는 것을 보니 나도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차라리 내려놓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아쉬움이 남는 것에 대하여 안타까워합니다. 그래서 때론 욕심을 부리기도 합니다.
그런 욕심의 대상들이 대부분 타인들입니다. 타인에게 내가 더 많이 가져와야 되고, 내가 더 많아야 하고 더 잘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내 입장이 강해집니다. 양보하면 손해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 타인에게 있어서 상대방인 나 또한 타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이 되는 것입니다.
기준이 내가 되어야 되고 내가 받은 것보다 내가 해 준 것을 훨씬 더 많이 기억하고 내 안에 쌓아둡니다. 그렇다 보니 내려놓고 양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내 것은 일정 부분은 내어주고 맘 편안히 내 안에 온전히 남아 있는 내 것입니다.
욕심을 붙잡고 있으면 아무것도 보이질 않습니다. 붙잡은 욕심에 더욱더 마음이 갑니다. 참 부질없는 짓입니다.
거래 관계에서도 일방적인 관계는 있어서는 안 됩니다. 어느 한쪽이 많은 것을 가져가는 관계는 결코 오래가지 않습니다. 서로 분명히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나에게 많은 이익은 누군가의 이익이 옮겨온 것입니다. 결국 내 이익도 누군가에게 다시 가버릴 것입니다.

이 책은 지난 20여 년간 작은 기업을 운영하면서 겪고 생각했던 것들을 적은 책입니다. 큰 성공을 거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 내용들이 특별하거나 큰 감동이 있는 것들은 아닙니다. 그저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한 것들입니다. 왜냐하면 저의 삶이 지극히 평범한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살다보니 그 평범하고 단순한 것마저도 행하지 못함이 너무 많아서 반성하듯이 기록한 것입니다.

마당 한가운데 쓰레기는 누구에게나 보이고 치웁니다.
하지만 구석에 안 보이는 곳에 있는 쓰레기를 치워야 진짜 청소를 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 차이입니다. 성공은 결국 지극히 단순한 것을 보느냐 못 보느냐 아니면 하느냐 안 하느냐 차이입니다.
누구나 아는 것, 누구나 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사소하게 생각하는 것이 쌓여서 결국 성패가 결정 납니다.
운전할 때 앞만 보면 안 됩니다. 옆을 보아야 하고 그리고 가끔은 뒤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성공을 향하여 앞만 보고 갈 것이 아니라 살아온 내 삶의 흔적도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고 무엇보다도 현실적으로 망하지 않으려는 절실함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오로지 성공 지향적인 목표는 때론 많은 것을 희생으로 치러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 종국에는 허탈함만이 남는 경우가 생깁니다.
또한 성공의 만족이 끝이 없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망하는 것이 순식간입니다.
망하지 말아야 합니다. 결국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인 것입니다.
강력한 성공의 목표보다는 하루하루 망하지 않고 진지하게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것은 타인과의 홀로 살아남기 위한 성공의 경쟁 관계가 아닌 일상의 사소함에서 진지하고 진실하게 만사를 대하고 살아야 합니다.
세상의 특별함은 특별하지 않은 것입니다.
누구나 넓은 마당의 쓰레기는 볼 줄 압니다. 특별한 것은 인지합니다.
하지만 구석의 보이지 않는 쓰레기를 보고 치우고 특별하지 않은 것들을 특별하게 보고 대하는 것, 그런 것들이 실은 진짜 특별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충북 오송에서 정 현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