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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된다는 것은│ 출처: Pexels
국내에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된 지도 벌써 4개월가량 되었습니다. 처음 법이 도입된다고 했을 때, 법적 나이 계산법이 달라 행정적 혼선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목적과 달리, 일각에선 나이가 어려지는 것을 긍정하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늙음을 두려워하고 젊음을 갈망하는 것, 이는 주변에서 쉽게 살펴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보이는 면모는 어려지길 원하지만, 내면적으로는 한껏 성숙해지길 바라는 것’ 또한 인간의 사회적 본능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어리지만 어른스럽기’라는 이 역설적인 특성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기본적인 자격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른’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YTN에서 방영한 〈재미있는 낱말풀이〉에서 ‘어른’의 어원을 풀이한 적이 있는데요. 어른이란 단어는 ‘얼우다’에서 기원합니다. ‘얼우다’란 ‘남자와 여자가 몸을 합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즉, 조상들은 ‘결혼한 사람’을 ‘어른’이라 칭한 것이죠. 주목해 볼 것은 방송이 이러한 어원을 심화 해석한 부분입니다.
“몸과 마음이 성숙해 사랑할 자유를 가지고 동시에 그에 따르는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사람”
그렇습니다. 어쩌면 ‘어른’이란 단순히 신체, 내면적으로 성장한 ‘상태’가 아닌, 살아가며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어른’의 태도를 얻기 위함일까요. ‘독서신문’에서 발표한 기사 〈“자기계발서 열풍” 작년보다 27.3% 더 팔렸다〉를 보면, 자기계발서에 대한 국내적 관심도가 끊임없이 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직업, 업무력’ 등의 키워드보다는 ‘마음가짐, 인간관계’에 대한 키워드를 가진 자기계발서의 판매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나와 관계 맺는 것들과 내가 나를 돌보는 일에 대한 고민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떠한 직업을 갖고, 얼마큼의 돈을 벌 수 있는지의 현실적 층위를 넘어서, 근본적으로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것일까’에 대한 질문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죠. 좇으면 좇을수록 미궁으로 빠지게 되는 이 질문은 이제 ‘하지 않기에는 불안하고, 계속하기에는 지치는 고질적인 내면의 걸림돌’로 자리하고 있는 듯합니다.
《유럽으로 떠난 스물하나》의 저자 또한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리사라는 꿈을 향한 기회를 얻고, 그 기회를 수행할 탄탄한 몸과 마음이 준비되어 있던 저자는 설레는 마음으로 스물을 맞이합니다. 그렇게 순탄할 줄만 알았던 여정은 뜻밖의 사고로 틀어지게 되는데요. 갑작스레 찾아온 부상에 2년의 회복기를 가져야 하는 저자는 처음으로 방황을 겪게 됩니다.
하지만 저자는 쉽게 주저앉지 않습니다.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배움을 위해 ‘여행’이란 경험을 켜켜이 쌓아 갑니다. 저자는 여행에 대해 “불안정으로 점철된 행위”(19페이지)라고 말합니다. 계획과는 조금씩 틀어지는 상황과 그 상황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 여행, 어찌 보면 인생의 축소판 같기도 한데요. 그러한 여행을 통해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그를 통해 삶의 안정을 찾게 되었다”(19페이지)고 말합니다. 과연 저자가 찾은 ‘삶의 안정’이란 무엇일까요?
《유럽으로 떠난 스물하나》는 총 세 챕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며 각종 사람들과 상황들을 겪으며 삶을 차근히 성찰해 나가는 이야기죠. 1부는 프랑스, 2부는 이탈리아, 3부는 체코와 오스트리아의 여정을 담았습니다. 통하지 않는 언어, 익숙지 않은 문화 등 낯선 타국이 주는 경험들은 긍정과 부정을 넘나들며 저자에게 스스로 삶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프랑스에서 독일로의 국경을 넘으며 프라이부르크에 도착한 에피소드를 담은 〈무계획 여행〉에서 저자는 갑작스럽게 인터넷 신호가 잡히지 않거나, 버스에서 자신의 좌석에 멋대로 앉아 있는 외국인을 맞닥뜨리게 되는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게 됩니다. 계획과 어긋나는 상황들에 저자는 당황하고, 주변의 반응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아 해결하는 데 애를 먹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안 좋은 기억들만 있는 여정은 아니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우연한 계기로 얻은 공연 관람의 기회, 그곳에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두 무리의 통역을 또 도와주며 식사를 초대받게 되는 에피소드를 그린 〈낯선 곳에서 만난 익숙함〉은 자신의 선의로 맺어진 인연이 보답으로 돌아온 특별한 경험을 담아냈습니다. 자신에게 식사를 대접해 준 할머니는 알고 보니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람이었고, 그렇게 프랑스의 식탁에서 김치를 맛보며 고향을 떠올리게 되는 저자의 묘한 뭉클함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늘 좋은 일만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안 좋은 일만 쌓이는 것 또한 아닌 게 여행이자 인생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각종의 경험들을 겪어 나가며 저자는 ‘잘 살아가는 법’에 대한 단 하나의 진리를 깨닫습니다.
“그런 면에서 인생에는 불현듯 불어오는 바람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때는 그것을 억지로 거스르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진솔하게 여행에서 발견한 것들을 한 글자씩 써 내려가면서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저 불어오는 바람대로, 흘러가는 흐름대로 살다 보면 그곳에도 나름의 길이 있고 기쁨이 있고 깨달음이 따른다는 것을.”(299페이지)
이 책의 출판사 서평은 다음과 같습니다.
▲ 유럽으로 떠난 스물하나
‘오히려 좋다’는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여행이 알려 준 삶의 가치
인생이란 순탄하게만 흐르지 않는다는 것,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저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늘 예기치 못한 삶의 파도에 속절없이 휩쓸리고 만다. 그래서인지 때로는 이런 생각에 지배되기도 한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편하지 않을까…….’ 여기 그 질문에 대해 단호히 ‘아니’라고 답하는 사람이 있다. 《유럽으로 떠난 스물하나》는 고승민 저자는 ‘그럼에도 나아가는’ 선택을 한다.
《유럽으로 떠난 스물하나》는 저자의 유럽 여행기이다. 저자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꿈을 잠시 접어야 하는 2년의 공백 기간을 마주하게 된다. 모든 게 끝인 것만 같았던 그 순간 저자에게 찾아온 유학은 단순 학습의 의미를 넘어, ‘삶의 여행’이란 거시적인 가치로 다가와 다시금 인생을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오스트리아 곳곳을 여행하며, 저자는 갖가지 삶에 대한 성찰을 터득해 나간다. 낯선 타국은 배움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고통과 외로움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이기도 하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 자신의 자리임을 말하지 못하고 좁은 의자에서 쪽잠을 자며 이동했던 날처럼 말이다. 하지만 프랑스 한 시골 마을에서 찾은 현지인의 사랑과 환대가 있기도 하다.
갈증 없는 순간이란 없다. 다만, 그 갈증은 또 다른 삶의 순간으로 자연스레 채워지곤 한다. 낯선 타국이 주는 어려움을 낯선 타국이라서 가능한 사랑으로 채우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 저자처럼 말이다. 어쩌면 삶이란 완성된 어떤 것이 아닌, 채워 나가는 과정 자체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과정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삶을 위해 멈추지 않은 저자였기에 다음과 같은 성찰이 가능했을 것이다.
“인생에는 불현듯 불어오는 바람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때는 그것을 억지로 거스르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진솔하게 여행에서 발견한 것들은 한 글자씩 써 내려 가면서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저 불어오는 바람대로, 흘러가는 흐름대로 살다 보면 그곳에도 나름의 길이 있고 기쁨이 있고 깨달음이 따른다는 것을.” (299페이지)
이처럼 여행으로 다져진 저자의 단단함은 ‘오히려 좋다’는 넓은 마음으로 도달하게 된다. 순탄하지 않겠지만, 괜찮아, 이 또한 경험이고 성찰로 끝맺을 테니. “과거로 돌아간다고 할지라도 그 순간에 직면한 나를 말리지는 않을 것”(8페이지)이라 확신하는 저자는 이제 어떠한 삶의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아니, 흔들려도 좋다는 생각으로 파도에 뛰어들 것이다. 그 자체가 삶의 가치임을 알고 있으니.
알 수 없다고 해서 불안에 떨며 가만히 있기보다는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나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저자가 보여 준 수많은 에피소드처럼 좋은 기억과 안 좋은 기억이 켜켜이 쌓아 가 우리는 결국 멋진 도착지에 서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고민’이 아닌 ‘출발’일지도 모릅니다.
자료 출처
Pexels
《유럽으로 떠난 스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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