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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간 떠난 꿈 같은 자전거여행,
무작정 미지의 나라에 날아가 페달을 밟다!
반복되는 삶 속에서 시들어가는 자신을 돌아볼수록 초초함에 참을 수 없었던 찰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삶에 심폐소생술이 되어 줄 것을 찾아해맸습니다. 그러다가 매년 생각만 하다가 잊혀지던 버킷리스트를 떠올리게 됐고 자전거를 타고 유럽을 질주했습니다.
자전거 타고 300만 원으로 유럽 여행하기!
그 두 번째 이야기, '덴마크를 달리다'를 시작합니다.
독일과 덴마크의 경계를 나타내는 관문이 나타났다. 관문을 지나기 전에는 대형 마트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덴마크는 물가가 비싸다 보니 일부러 여기까지 와서 장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나도 마트에 들러 식량을 비축했다. 바닷가를 따라서 많은 배들이 정박되어 있었다.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덴세와 셀란이라는 두 개의 섬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인터넷을 찾아보
았지만 다리를 자전거로 건넜다는 얘기는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직접 달려 보기로 했다. 독일과는 조금 다른 건물양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독일은 진한 붉은 벽돌과 낮은 뾰족한 지붕이었다면 덴마크의 집들은 지붕이 더 높게 솟았고 벽돌은 밝은 붉은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해안가에서는 보트를 밖으로 끌어내는 작업이 한참이었습니다. 배를 체인에 걸어 손잡이를 돌리니 드르륵 소리와 함께 레일을 따라 배가 올라왔죠. 그 옆으로 휠체어를 탄 남자가 두 딸과 산책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두 딸 중 한 명은 휠체어를 밀고 또 한 명은 줄넘기를 들고 뒤를 졸졸 따랐죠. 작가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가슴이 따뜻해졌다고 합니다. 소외된 사람들도 함께 오순도순 살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말이예요.
길을 달리다 보면 바닷가 근처라서 그런지 갈매기 천지였다. 보통 바닷가나 항구 주변에서나 날아다닐 녀석들이 주변에 있는 밭까지 날아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영역표시라도 하듯이 하얀 점들을 사방에 뿌려 두었다. 한적한 곳에는 캠핑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었다. 잔디도 깔려 있고 테이블과 의자도 놓여 있었다. 구석에는 공중 화장실까지 있어서 캠핑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첫 다리를 건너 오덴세로 왔다. 다리 위로 부는 바닷바람이 거셌다. 배가 고픈 참에 다리를 건너자 공원이 나왔다. 쉬어갈 수 있도록 테이블이 놓여져 있고 구역별로 낮은 나무들이 벽을 이루고 있어 바람을 피할 수 있었다. 안내지도도 있어 산책을 하고 싶었지만 자전거를 두고 갈 수 없기에 포기하고 배만 채웠다. 차로 옆으로 자전거 길은 널찍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길을 가는데 누군가가 마당에서 음악에 맞춰 싸이춤을 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도중에 멈춰서 싸이춤을 추냐고 뜬금없이 물었는데 샌드위치라고 되돌아왔다.
그는 생각보다 유명한 화가였다. 일본에서 큰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었다. 3번의 낙선에도 불굴의 정신으로 도전한 결과였다고 했다. 당시에 수상에 대해 자신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 시절의 자신감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고 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랑프리 수상으로 파리에서 일 년간 유학하며 그림을 공부한 후로 그동안 많은 전시회를 해 왔고 돌아가면 또 동경 전시회로 바쁠 것이라고 했다. 자기만큼 많은 전시회를 하는 화가도 드물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그는 평소에 회사를 꾸리고 주말에는 그림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에 작가는 그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면서 힘든 일은 피하고 싶고 쉬운 길로만 가려고 했던 자신이 창피해졌다고 합니다. 작가가 머물렀을 때 가끔씩 방문객이 있어 그가 말이 통하지 않을 때 잠깐 통역을 해 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그는 전시회 동안 통역을 해 주면 어떻겠냐고 부탁했지만, 작가는 '프리맨'이라고 웃으며 영광이라고 돌려 거절했습니다. 대신 저녁 식사에 초대해 주었다고 합니다. 덤으로 짧지만 그림 레슨도 해 주었죠.
나는 근처 크론보르성을 둘러 보고 요트를 얻어 탈 수 있기를 바랐다. 생각보다 넓어서 돌아다니기 힘들었다. 입구를 지나니 대만 관광객이 있어서 사진도 서로 찍어 주었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자 뒤에서 보 고 있던 한국인 관광객이 답답했는지 말을 거들어 줬다. 커플은 지중해 근처를 여행하다가 왔다고 했다. 난 추워서 고생이라고 했더니 그들은 이곳 날씨가 오히려 좋다고 했다. 지금 남쪽은 너무 더워서 찜통이라고 했지만 계속 추위에 떨었던 날을 생각하면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작가는 성 주위를 돌다가 박스로 만들어진 바구니가 달린 유럽스타일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만났다고 합니다. 그는 과학 선생님이면서 그림을 그린다며 자기를 소개하면서 기꺼이 선착장으로 가는 길도 알려 주었습니다. 결국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요트는 구하지 못해서 그냥 페리를 타게 됐다. 요금도 딱
요트선장에게 담뱃값으로 받은 40크로네라 받은 그대로 건네고 줄을 섰습니다. 페리의 램프를 따라 차들도 줄지어 섰다. 옆으로 가니 자전거 스탠드가 있어서 자전거를 잠그고 갑판으로 나갔습니다. 먹구름 아래의 바닷 바람이 차가워서 바람막이 지퍼를 끝까지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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