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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따라다닌불안의 정체
내게도 고백할 약점이 하나 있다. 늘 나를 따라다닌 불안함. 오십이 되어서야 내가 난독증인 걸 알았다. 우연히 유전자 검사를 했는데, 난독증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억울하냐고?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출생의 비밀을 안 수준은 아니지만, 그동안 내 삶의 많은 부분이 뒤늦게 이해가 되었다. 나를 따라다닌 불완전함이 난독증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니. 난독증인 줄 몰랐지만, 정체 모를 불안을 극복하려는 그 모든 과정이 내 인생이었다.
나는 긴 글을 읽을 때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항상 시험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지문이 나오는 시험은 특히나 힘들었다. 시간 내에 제대로 읽는 것이 왜 그렇게 힘든지 몰랐다.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을 때면 노력해도 안 되는 머리 나쁜 자신을 자책했다. 시험을 치르는 압박감이나 두려움도 컸다. ‘안 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읽기는 어려웠지만, 실패하기 싫어 죽자 살자 외우면서 시험을 치렀다. 무조건 외우는 한국식 교육이 어찌 보면 조금은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 때 아이들 앞에서 국어책을 소리 내서 읽을 때면 가슴이 크게 쿵쾅거렸다. 문장을 읽을 때 매번 조사나 문장 어미를 틀리는 내가 싫었다. 그걸 보고 킥킥대는 아이들도 싫었다. “다음부터 똑바로 읽어라” 말씀하시는 선생님도 싫었다. 그때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았는지, 사람들 앞에만 서면 가슴이 뛰고 얼굴이 빨개져서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캐나다에서 경영 대학원을 다닐 때, 3시간 안에 아주 긴 케이스(Case)를 읽고 답안지를 내야 하는 회계 과목 시험이 있었다. 확실한 꼴찌였다. 그때 난독증 학생에게는 시간을 두 배로 준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다행히 좋아하는 과목에서는 탁월한 점수를 받아 졸업은 할 수 있었다.
난독증인 줄도 모른 채, 스스로 방법을 찾고 터득하면서 인생을 살았다. 글을 읽는 게 힘들었지만, 공부나 책 읽기를 위해 나름대로 방법을 만들고 익혔다. 안 되는 과목은 일단 통과.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은 확실하게! 자연스럽게 ‘선택과 집중’을 배웠다.
나는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읽지’ 않고 ‘본다’. 이 책을 보다, 저 책으로, 또 다른 책으로 메뚜기처럼 갈아 탄다. 그러다 보니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정보를 의미 있게 연결하는 능력이 생겼다. 가끔 ‘사오정’ 같다는 말을 듣기는 하지만 말이다.
깊은 정독이 필요한 책은 일단 아주 빠르게 보면서 전체 구성과 내용을 살핀다. 두 번째는 중요한 내용에 밑줄을 긋는다. 세 번째는 밑줄 그은 것을 손으로 하나하나 공책에 적는다. 그리고 공책에 적은 내용을 컴퓨터에 옮긴다. 적어 놓은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주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들을 많이 의식했다. 사람 앞에 서는 것이 항상 두렵고 무섭기까지 했다. 이제는 사백 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차분히 강의한다. 혼자 책을 소리 내서 읽은 게 도움이 되었다. 계속해서 사람들 앞에 자주 서다 보니 아주 익숙해졌다. 실수하면서도 두려움을 이겨내려고 했다. 지금도 여전히 떨리기는 하지만 계속 반복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약점은 줄고 강점이 나타났다.
나는 이제 나의 강점을 발휘하며 산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야 몰입하고 효과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지 알고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파악해서, 그 사람들이 잘하는 것을 더 잘하도록 돕는다. 여러 가지 대안들을 생각하면서, 그중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방안을 선택한다. 처음 본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교감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때로는 스타벅스나 맥도널드에서 노트북을 펴고 작업을 한다. 주변 사람과 환경에 상관하지 않고 일에 몰입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는지 읽으며 감동한다. 할 일 목록에 있는 일을 실행하고, 완료 표시를 할 때 성취감을 느낀다.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몰입을 경험하면서, 강점을 자연스럽게 발휘한다. 새로운 나로 나답게 살아간다.
만약 좀더 일찍 난독증임을 알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그것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지금 내 모습, 존재 자체로 만족한다. 난독증이어도 괜찮다. 이제는 나로 살아갈 수 있으니까.
정철민 코치의 One Point Coaching살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고 어려웠나요?그것을 통해 어떤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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