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땅 가이드
우리는 당신과 함께
좋은 책을 만드는
좋은땅 출판사입니다
좋은땅 고객센터
상담 가능 시간
평일 오전 9시 ~ 오후 6시 (점심 시간 12 ~ 1시 제외)
주말, 공휴일은 이메일로 문의부탁드립니다
난바르
- 출간일
- 분야
- ISBN
- 2022년 08월 19일
- 시/에세이
- 9791138811842
- 면수
- 판형
- 제본
- 156쪽
- 135mm × 215mm
- 무선
- 출간일
- 분야
- ISBN
- 면수
- 판형
- 제본
- 2022년 08월 19일
- 시/에세이
- 9791138811842
- 156쪽
- 135mm × 215mm
- 무선
▲‘난바르’의 저자 김신자님
1. 《난바르》를 집필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시를 좋아합니다. 읽는 것도 좋아하고 뭔가를 끄적이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러다가 소멸위기 제주어를 연구하면서 예쁘고 신기한 제주어들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소중한 제주어와 현대어로 나란히 나의 삶을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현대어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감각의 깊이를 구수한 나의 어머니, 아버지의 입말로, 독특한 말맛의 제주어로 표현하고 싶어서 《난바르》를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2. 가장 애착이 가는 시가 있나요?
〈꼭, 이라는 말〉입니다. 우리에게 영원이란 건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빨간 꽃무늬 팬티를 입었던 어머니도 내 곁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 같았지만 이 세상에 없습니다. 아들딸도 뿔뿔이 흩어져 이제 각자의 삶으로 떠났습니다. 생이 그토록 생이고만 싶어 하는 곳에서 우리는 ‘꼭, 이라는 말’을 자주 쓰곤 하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 만남도 사랑도 늘 영원하고 싶어서, 서로의 헐겁던 시간을 꽉 쥐고 싶어서, 그렇게 틈을 꽉 쥐고 싶어서 아름다운 깍지 걸었던 말, 꼭, 이라는 말……, 저는 꼭, 이라는 말은 영원이란 건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대와 내가 뭔가 꾹꾹 점을 찍으며 내 곁에 오랫동안 머물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이 시가 많이 애착이 갑니다.
3. 제주어를 하게 되신 동기가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제주어를 자주 쓰고 좋아했습니다. 친구들이 표준어를 쓸 때에도 저는 유별나게 제주어를 많이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이 나에게 재미있다고도 하였고, 어떤 친구는 ‘할망(할머니)’ 같다고 놀리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2008년 어느 봄날,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송상조 선생님의 《제주말 큰사전》을 발견하게 되었고, 제주어를 너무 좋아하다보니 그 사전 속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단어 하나하나를 읽다 보니 잊혀진 나의 어머니, 아버지의 입말들이 들리는 듯했고, 그 단어와 연결된 어릴 때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니 더 제주어의 묘미에 푹 빠지게 되었던 거죠.
4. 제주어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제주어는 제주 사람들의 삶과 혼이 깃들어 있는 언어입니다. 제주어를 구사하다 보면 제주 사람들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고, 그 속에 담겨진 추억들이 새록새록 솟아 나오는 게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어는 전통 제주인이 아니면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언어들이 상당히 많고, 타지 사람들에게는 어느 외국의 언어처럼 생소하고 독특한 언어로 받아들이게 되는 게 현실입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도 거친 바다를 배경으로 제주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제주어로 재미있게 표현하곤 했지요. 하지만 제주어의 억양과 발음이 정확하지 못하다 보니 화자나 청자가 느끼는 언어의 깊은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어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현대어의 어떤 어휘와는 견줄 수 없이 독특하고, 많은 언어들이 뚜렷한 형태나 행동이 마치 눈에 보이는 듯하고 소리까지 느낄 수 있는 시청각적 이미지를 동반하며 전달되는 언어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5. 시가 저자님을 맑게 비춰 준다고 하셨는데, 어느 경우에 시상이 떠오르시나요?
시의 최고의 시간은 ‘우연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쉽게 바뀌는 것들, 덧없이 사라지는 것들, 이름 모를 들꽃 하나에도 우연히 명징한 울림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 그 순간, 나에게 불쑥불쑥 밀고 들어오는 감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메모를 합니다. 그리고 밤의 통증처럼, 밤새 끄적이고 쓸어내고 꿰매고 그러다 한 편의 시가 완성되면 먹지 않아도, 잠자지 않아도 행복합니다. 그래서 시를 쓰나 봅니다.
6.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소멸 위기 제주어를 더 깊게 연구하면서 많은 글을 남기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것인가’ 하는 고민보다는 ‘어떻게 하면 남들과 다르게 쓸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나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냥저냥 기분대로 싸구려 감상을 남발하는 시보다, 시를 향해 절실함으로 하나하나 문장을 옮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