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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회와 문예지의 역사, 그리고 현황 │ 출처: Pexels
‘무언가를 창작하는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요? 자기만족을 위한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예술은 ‘향유자와의 소통’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창작자가 작품을 내고, 작품을 소비하는 향유자가 있고, 그런 향유자의 반응을 보며 창작자는 다시 새로운 작품을……. 문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와 독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문학이란 예술의 역사를 이어 왔죠. 그중 ‘문예지’는 조금은 다른 소통 체계를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문예지는 시, 소설 등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잡지입니다. 한국에서도 출판사, 문학회 등을 통해 꾸준히 문예지가 출간되고 있습니다. 시대를 대변하는 주제, 단순한 친목 도모 등 목적과 의미도 다양하죠. 혼자가 아닌, 함께 모여 특정한 주제로 작품을 써서 한 권의 책을 묶는 과정, 이 과정이 많은 공동체와 담론을 형성했습니다. 다만, 라이프스타일/브랜드 매거진에 비해 문예지는 지정 독자층이 좁다는 점에서 상업성이 떨어졌고, 그만큼 폐간되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문학회를 유지하고 문예지를 출간하려는 건 왜일까요?
문학은 개인, 즉 자신의 가장 내밀한 마음을 조명하게 하고, 그것은 언어화하도록 만듭니다. 그 결과물을 전시하고, 그를 통해 향유자는 공감과 위로를 받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회의 일원인 된다는 것은 창작자이자 동시에 향유자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각자의 내밀한 마음을 가지고 모여서 ‘보고, 보여 주는 과정’을 겪고, 그를 통해 기존 창작자와 향유자의 관계와는 조금 다른 감각을 나누게 되는 것이죠.
이재훈 시인은 〈문예지를 만드는 사람들〉(한국기독공보)이란 칼럼에서 이러한 말을 합니다. “문예지를 만든다는 것은 고난의 연속이다. 한마디로 돈이 되지 않는 일이다. 그렇다고 큰 명예나 권력이 주어지는 일도 아니다.”라고요. 그런 문예지에 이십여 년의 시간을 쏟은 시인은 ‘그럼에도 문예지를 발행하는 이유’를 문학평론가 김현의 말을 통해 전합니다. “문학은 배고픈 사람 하나 구하지 못하며, 물론 출세하지도, 큰돈을 벌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라고요.
즉, 문학이란 이름 하나로 모인 공동체는 ‘억압하지 않는 자세로 서로의 내밀한 마음을 살펴 주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돈이 되지 않는다’와 같은 현실적 층위의 결괏값은 애초에 해당 공동체에 맞지 않는 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여기 그런 공동체가 또 있습니다. 전원문학회. 1970년대와 1980년대가 맞부딪히며 격동하던 그 시절, 전원문학회는 어둑한 대학 강의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서로의 작품을 살펴 주고 조언하며 각자, 그리고 함께 문학에 대한 애정을 키웠죠. 하지만 졸업 후의 세상은 혹독했습니다. 각자의 생활을 일구는 데 집중해야 했고, 그렇게 전원문학회는 닫지도, 열지도 못한 채로 긴 세월을 통과합니다. 그런 그들이 2015년 3월에 그들이 다시 모여 《말꽃》이란 문예지를 발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8년이 흐른 지금, 《말꽃 2집》을 발행하며 문학에 대한 애정이 멈추지 않았음을 증명합니다. 연간지, 계간지, 월간지처럼 주기적이지는 못해도 전원문학회에 대한 공동체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있죠.
《말꽃 2집》은 시, 수필, 소설, 후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8년 동안 각자 작품 활동을 왕성히 해 왔던 만큼 개개인의 내밀하고 깊은 목소리들을 먼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시에는 11명의 시인이 참여했고, 수필에는 9명의 작가와 앞서 참여한 시인 2명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소설에는 1명의 소설가가 작품을 실었고, 마지막으로 그들의 작품을 아울러 깊은 감상을 전하고 있는 후기가 있습니다.
그중 주목해 볼 작품은 전원문학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향한 마음을 내비치고 있는 작품들입니다. 구자운 시인의 〈불사조 김호길〉은 전원문학회에 일원인 김호길 시인에 대한 존경심을 헌정하는 작품으로 “시에 대한 열정 하나로/ 안 죽고 되살아 나오는”(34페이지)이란 표현을 보면 두 시인 간의 유대감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습니다. 나아가 한때 일원이었던 시인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을 담은 작품도 있습니다. 양곡 시인의 〈아! 박구경 시인〉은 과한 미사여구 없이 이제는 볼 수 없는 동료 시인과의 시절과 풍경을 담담히 그려 냈습니다.
사실 작품이 아니더라도 각자 서문을 통해 ‘전원문학회’에 대한 마음을 아낌없이 비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둘러싼 공동체가 얼마나 뜻깊은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출판사 서평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말꽃 2집
멈추지 않는 한국문학에 대한 열정
8년 만에 다시 모인 전원문학회
1970~1980년의 시절, 한국 문예지의 활동은 문단과 그 바깥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이어졌다. 누군가는 사회에 저항하고, 누군가는 내밀한 개인적 내면과 싸우며 문학이란 이름 아래 모여 함께했다. 전원문학회도 그 시절 어둑어둑한 강의실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IMF’라는 국가적 변혁 속에서 사회가 자본주의 흐름으로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문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는 떨어져 갔다. 그렇게 문예지는 문단이란 범위 아래 몇몇 대형 문예지 외에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2015년에 《말꽃》 1집을 발행하고,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문학을 향한 마음을 놓지 않으며 2집을 출간한 전원문학회는 한국문학계에 큰 의미이다.
시에는 ‘잊지 못할 꿈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김호길 시인의 〈꿈꾸는 나라〉로 시작하여 리영성, 구자운, 최골잘, 최정혜, 손국복, 양용직, 양곡, 문차용, 정준규, 김상출, 총 11명의 시인이 참여했다. 특히 구자운 시인의 〈불사조 김호길〉은 같이 참여한 김호길 시인에 대한 헌정시로 전원문학회의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얼마나 돈독한지를 일깨우고 있다.
수필에는 ‘송지영, 신동식 회장과의 차담 일화’를 풀어낸 김기원 작가의 수필을 필두로 양동근, 류준열, 이강제, 김진숙, 이문섭, 김재경, 조구호, 이영달 작가가 참여했으며, 앞서 시를 수록한 최정혜, 정준규 시인의 수필 또한 살펴볼 수 있다. 바이러스로 인한 긴박한 상황을 그대로 담은 이문섭 작가의 〈코로나, 뒷이야기〉와 영어 대화의 오해가 불러일으킨 재미있는 일화가 담긴 김재경 작가의〈영어 공부 열심히 해 볼까〉 등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소설에는 우재욱 소설가가 참여했다. 경중편소설인 〈해커〉는 피도 섞이지 않은 조카 연우의 죽음 앞에서 화자가 기이한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로 무속이 버무려진 한편의 동양적 스릴러를 맛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작품을 아우르는 후기를 강희근 시인이 펴냈다. 경상대학교와 전원문학회의 관계성을 훑으며 작품을 수록한 각 시인, 작가, 소설가의 마음을 톺아보고 있다.
문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는 지금, 8년 만에 다시 펴낸 《말꽃》 2집은 문학을 사랑해 왔던 독자에게는 감동으로, 문학에 입문하는 독자에게는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해당 책을 덮으며 자연스럽게《말꽃》의 문학인들의 다음 행보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묶일 것이다.
사실 저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거대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것을 위해 함께 모여 떠들던 시절과 감각들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사는 것이 바빠 그 감각을 잠시 잊고 있었다면 이들이 지켜 낸 공동체의 결과물을 따라가며, 잠시 옛 추억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진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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