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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순간, 옳은 말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상대의 감정을 읽는 일입니다. 박경미 저자의 《리더 REAL하게 협상하라》 속 협상과 소통의 지혜를 칼럼으로 만나보세요.

갈등의 현장에서 사람들이 가장 자주 범하는 실수는 ‘옳은 말’을 너무 빨리 꺼내는 것이다. 상대방의 감정이 격해진 순간에는 논리적 근거를 내밀어 봤자 대화를 해결로 이끌지 못한다. 상대에게는 그것이 그저 소음이자 공격으로 들릴 뿐이다.
누군가 굳은 표정으로 이의를 제기할 때, “감정 빼고 팩트만 보고 이야기해 보자고”라며 선을 긋는 순간이 있다. 내 입장에서는 감정을 뺀 이성적 정리라고 생각하겠지만, 상대방 귀에는 “당신이 느낀 부담감과 억울함은 중요하지 않다”라는 뜻으로 들린다. 맞는 말을 하고도 대화가 헛도는 이유다. 내 말이 틀려서가 아니라, 꺼낸 타이밍이 너무 성급했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불난 집에서 벽지를 고르는 모습과 같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불을 끄는 일이지, 새 단장을 위한 인테리어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대화에서 감정은 종종 소통을 방해하는 귀찮은 요소로 취급받지만, 이를 무시하고 덮어두면 갈등은 더 오래 지속된다. 반대로 상대 감정을 있는 그대로 알아주고 받아들이면 의외로 쉽게 가라앉는다.
“이번 일을 맡으면서 혼자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들었겠구나.” “열심히 준비했는데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속상했겠네.” 이러한 공감의 말들이 당장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음 대화가 이어질 자리를 만든다. 감정이 격해진 상대에게 필요한 첫 번째 반응은 논리적 설득이 아니라,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 안정감이 생겨야 다음 문장이 상대 귀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감정과 이성은 시소와 같다. 감정이 올라갈수록 이성은 작동을 멈추고 마음을 더 닫아버린다. 반면 감정이 가라앉아야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대안을 바라볼 여유가 생긴다.
준비한 자료가 완벽할수록, 내 논리가 확실할수록 우리는 그것을 빨리 꺼내 증명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아직 수긍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그 바른 소리는 잠시 접어두어야 한다. 설득의 성패는 내용의 우열보다 이를 전하는 ‘순서’에서 갈린다. 불을 먼저 끄고 난 다음 벽지를 골라야 하듯, 감정을 먼저 읽어내야 비로소 논리가 힘을 얻는다.

📖 책 소개
한국 조직 특유의 갈등 패턴을
헤쳐 나갈 실질적인 해법서
<리더, REAL하게 협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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