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인터뷰

'바나나에 옷을 입히자'의 저자 이영기 님과의 만남

2021.07.09

1. 바나나에 옷을 입히자를 집필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생활환경이 개선되고 의료 보건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오래 살게 되었지만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과거에는 3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이 보편적이었지만 이제는 경제 발전과 더불어 핵가족을 넘어 혼자 사는 혼족들이 늘어나는 사회 현상을 접하게 되었지요.

매일매일 닥치는 바쁜 생활 패턴에 부모님을 뵙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나이 드신 부모님과의 가족 간 유대는 점점 멀어지면서 방문이 전화로, 그것도 뜸해지기 시작합니다.

어쩔 수 없는 사회적 현상으로 익숙해져 가지만 연로하신 부모님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주변에 늘어나고 있지요. 특히 치매까지 겹쳐서 집도 못 찾아오고 자식도 못 알아보는 상황이 되면 난감해집니다.

현실적으로 돌보아드릴 마땅한 방법이 제한적이면서 시설이나 전문 간병 서비스를 찾게 되지요. 부모님들의 기대와 다를 때, 가족 간에 불편한 불협화음이 나오게 됩니다.

결국 시설이냐? 가정에서 모시느냐?는 각자의 처한 상황에 따른 선택이지만 어떤 것이 부모님에게 더 좋을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중증 치매 어머니를 가정에서 모시면서 불편함이 에피소드로, 가족 간의 살가운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공유하여 치매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2. 제목을 바나나에 옷을 입히자로 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치매는 불편하고 선뜻 내세우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중증 치매가 되면 정상적인 대화나 행동이 어렵습니다. 돌출 행동과 생각지 않은 말들이 튀어나오지만 가끔은 그런 말들로 인해 한바탕 웃으면서 추억으로 간직하게 됩니다.

어머니가 했던 많은 엉뚱한 말 중에 바나나에 옷을 입히자는 순간 폭소를 자아냈고 지금도 그 상황을 기억하면 웃음이 배입니다. 그래서 치매를 의미하는 무거운 제목보다 즐겁고 가벼우면서 흥미를 유발하는 뜻이 잘 와닿아 제목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제목은 엄니로 정했지만 어느 특정 가정이야기보다 치매가 오히려 견뎌낼 만한 가족 간의 살가운 추억이 될 수도 있다는 뜻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3. 어머니와 함께 지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머니가 치매 증상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아파트에서 같이 살면서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동네에 바람 쐬러 혼자 나갔다가 못 돌아오시자 비상이 걸렸지요. 우여곡절 끝에 3일 만에 되찾아 모시게 되었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그 이후로 혼자 못 나가시게 집안 단속을 어떻게 할까 고민고민하다 현관문에 앞뒤로 번호 키를 달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기술이 발달해 지문이나 안면 인식 등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지만 25년 전에는 거의 세계 특허감이었지요.

이중 번호키가 거의 20년 가까이 어머니 무단 가출?을 막아드리는 좋은 방패가 되었습니다.

 

4. 시중에는 치매 관련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책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시중의 치매 관련 책들은 치매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추억이나 치매 돌봄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를 담은 내용이 있습니다만 시설이냐? 가정이냐?를 고민하는 책은 부족합니다.

사실 많은 가정에서 치매 어른을 어떻게 모실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보았습니다. 가정에서 따뜻하게 모시고 싶은 마음들은 굴뚝같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전문 시설을 많이 선택하게 됩니다.

전문 시설에 계신 어른들을 봬면 많은 분들이 가족들과의 살가운 가족관계를 그리워하고 있더군요.

결국 가족이란 사회적 계약에 따른 관계가 아니라 태생적으로 주어진 관계로 떼려야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지요.

정을 그리워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치매 어른을 가정에 모시기는 여건이 맞지도 않고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가정에서 20년 넘게 모셨고 지금도 그렇게 모시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도 좋으셨겠지만 가족 간의 유대로 아이들 교육환경에도 도움이 되고 저희가 받은 추억도 넘쳐나게 되었지요.

현실적으로 치매는 더 이상 부모님이나 연로하신 남들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바로 우리 모두가 곧 닥칠 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때, 내가 의식이 분명하고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을 때, 가족들이 시설을 권유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시설은 전문 서비스가 가능하고 안전하지만 결국은 낯선 사회 그것도 온통 노약자들로 가득 찬 공간에 남겨지는 것이나 다르지 않을까요?

 

5. 이 책을 꼭 읽길 바라는 독자가 있으신가요?

마치 물가에 작은 돌 하나가 동그라미를 멀리까지 보내는 심정으로 모든 세대에게 울림을 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세대가 다 공감하는 내용이고 현실적으로 한 번은 짚어 봐야 할 이슈라고 봅니다.

젊은 세대는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세대를 어떻게 모셔드리는 것이 좋은지 나름의 의견을 모아 도움이 되고, 중년 세대는 부모님이 날로 노약해지시는 것을 바라보며 어떤 대안을 준비하면 좋은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노년 세대에게는 자식들과 어떻게 대화하는 것이 좋은지? 무엇을 바라고 양보하는 것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6.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십시오.

치매는 노화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생리적이자 사회적 현상이 되었습니다만 치매에 대한 느낌은 대부분 부정적으로 어둡고 답답합니다.

고령화사회로 치닫고 사회적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치매 발병률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단순히 남의 일로만 여겼던 치매가 어느 날 우리 가족에게도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치매 예후 중상이 마땅치 않아 대부분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어느 날 갑자기 인지하게 되지요.

이미 되돌릴 수 없다는 좌절감에 안타까워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진행속도를 늦추고 편안하게 모셔야 한다는 가족 간의 공감대가 생기지만 어디서 누가 모실 것인지에 대해서는 수건돌리기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치매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가족, 우리 이웃의 현실입니다. 어쩌면 나에게도 닥칠 치매에 대해 가족관계를 어떻게 이루어 나가는 것이 좋은지를 돌아보고 각자의 상황에 맞고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대안을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이 작은 책이 저희 경험을 바탕으로 그 선택에 도움이 되시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 이 시간 저자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