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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뱅
- 출간일
- 분야
- ISBN
- 2019년 10월 01일
- 소설
- 9791164356690
- 면수
- 판형
- 제본
- 84쪽
- 138mm × 200mm
- 반양장
- 출간일
- 분야
- ISBN
- 면수
- 판형
- 제본
- 2019년 10월 01일
- 소설
- 9791164356690
- 84쪽
- 138mm × 200mm
- 반양장
1. 《배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내년이면 소리를 시작한지 20년이 됩니다. 기쁠 때면 소리의 숲으로 가 새들과 정답게 놀고, 슬플 때면 소리의 그늘에서 안락하게 절망하였습니다. 저는 기쁠 때면 성주풀이를 부르고, 슬플 때면 수심가나 배따라기를 부릅니다. 꺼내면 나오는 소리 요정은, 늘 제 입과 귀, 그리고 마음에 있습니다.
배뱅이굿은 국가무형문화재로, 대한민국의 전통 성악예술입니다. 이 음악은 2008년, 소생이 필요한 음악으로 규정되어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민요를 연행하는 창자로, 연구하는 학자로 사는 것이 복락(福樂)인 제게는 배뱅이굿의 퇴행이 곧 삶의 전락(顚落)입니다.
소생이 필요한 서도소리와 배뱅이굿은 여러 문제를 안고 시대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찾아주는 이 없고, 들어주는 이 없는 텅 빈 시대의 광장에서 영생을 꿈꾸며 오늘도 분투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텅 빈 광장에서 10여 년의 세월을 관망하였습니다. 성공한 소리꾼이 되고 싶어서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있는 이곳은 텅 빈 광장입니다. 그 모종의 죄책감이 연구하도록, 글을 쓰도록 만듭니다. 나의 숙명과 죄책감이 바람의 구름을 타고, 나무의 가지를 따라 일반(一般)에게 가닿기를 바랍니다. 조건 없이, 대가 없이 일반의 하루를 대변해주기 바랍니다. 일반에게 공명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게 되는 그 마음 ‘자율의 예술’, 침묵하지 않는 ‘공감의 예술’.
누구나가 싱그럽게 시작하여 끝끝내는 청자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예술을 믿습니다.
그 단 하나의 이유로 저는, 연필을 들었습니다.
2. 주인공 배뱅이 캐릭터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배뱅이는 경술국치 혼돈의 시대에서 태어난 정승집 딸입니다. 아무리 구한말이라 하더라도 유교사회이니 정승집 여식이라 하면, 사회적 분위기나 문화가 매우 엄했겠지요. 그런 환경에서 자란 배뱅이가 스님과 사랑에 빠지다니? 부모님까지 속여 사랑을 나누다니? 것도 제 방에서? 대범한 여성이었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러나 무운한 시대, 그녀의 사랑이 몰락한 대지에 화장되듯 끝나버렸습니다. 미루어 짐작건대, 사랑을 위하여 새로운 절개를 만드는, 굳건하지만 여린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3. 비슷한 장르의 책들과는 다르게 이 책만이 가진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면?
젊은 소리꾼이 전하는, 다시 쓰는 전통의 이야기입니다.
예술 저변 확대를 위한 취약종목 심폐소생 프로젝트입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미학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저자님은 평소 어떤 책을 즐겨 읽나요?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나 영화, 노래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제가 평소 읽는 책의 종류는 무한합니다. 자기계발서를 제외한 소설, 인문학, 과학서적, 평전, 자서전 등 골고루 섭식합니다.
살면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거나, 눈물을 콸콸 쏟았거나, 기쁘게 읽은 책은 이기영의 《고향》, 김창완의 《안녕 나의 모든 하루》, 피천득 《인연》, 요시모토 바나나 《사우스포인트의 연인》,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박완서 《그 남자네 집》,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조남주 《사하맨션》 등등 정말 많습니다.
유한한 인간에게 무한한 것이 사상과 생각 그리고 글입니다. 정말 좋은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늘 ‘북킷리스트’를 업데이트 하지만, 아! 이것도 무한하네요 하하.
제 책을 읽다 보면, 제 관념과 사상을 간파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독자에게 책을 추천 드리고 싶네요. 최인훈 《광장》 그리고 황윤 《사랑할까, 먹을까》입니다.
《광장》은 정말 유명하죠. 많이들 읽어보셨을 것 같은데, 명준이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더라고요. 삶이 멍청해서 주저앉고 싶을 땐 명준이가 다은이가 되어 버립니다. 도망쳐도 도망쳐도 끝이 나지 않는 이 삶이 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인지, 다은이는 또 명준이가 됩니다. 제3세계에선 만날 수 있겠죠?
《사랑할까, 먹을까》는 황윤이 쓴, 돼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 또한 돼지고기를 비롯한 심장이 있는 모든 생명을 큰 생각 않고 먹었습니다. 책을 읽은 후, 인간의 잔혹함이 정말 무서워지더라고요. 많은 부분에서 각성했습니다. 제가 인간이라서 저지른 간단한 실수들이 모든 생명에게 치명적인 고통을 남겼습니다. 많이 후회가 됐고, 슬펐습니다. 어려서부터 동물은 내 친구라고, 동물이 나오는 동요들을 참 신나게도 힘차게도 불렀었는데요. 저는 동물들에게 친구가 돼주지 못했습니다. 책을 읽던 중, 어떤 장에서는 아이처럼 울음이 터졌습니다. 꼭 집에서 읽으세요!
5.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십시오.
실현하기보다 주저하고, 행동하기보다 고민합니다. 가끔은 제가 사람 된 것이 전생의 죗값같이도 느껴집니다. 아주 가끔은 나무가 되고 싶고, 또 자주는 바다가 되고 싶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떳떳하게 싱그러운 이야기를 노래로도, 글로도, 그저 바라만 보고서도 전할 수 있는 한 인간이고 싶습니다. 최근 읽은 시를 보태며 제 마음을 여러분께 전하고 싶습니다. 제 마음에 다녀가세요. 잘 쉬다 가시길.
나의 시
作 레너드 코헨
이것은 내가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시
나는 그 시를 쓸 수 있는 유일한 시인
모든 게 엉망이었을 때도 나는 자살하지 않았다.
약물에 의존하려고도
가르침을 얻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잠을 자려고 애썼다.
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시 쓰는 법을 배웠다.
바로 오늘 같은 밤
바로 나 같은 누군가가 읽을지도 모를
이런 시를 위해.
6.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노래하고, 글 쓰고, 싱그러운 사회를 만드는 깨어있는 예술인으로 살고자 합니다. 좋은 날엔 여러분을 만나고, 슬픈 날엔 숲으로 가 새들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제 친구 지수는 “가끔씩 오래 보자.”라고 인사합니다.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으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도통 오랜만에 볼 수밖에 없으니, 그 인사만큼 다정함이 깊은 말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노래를 부르면 위로 받으러, 재미 즐기러 오세요.
제가 글을 쓰면 공감하고 연대하러, 고적(孤寂)을 따라 오세요.
“가끔씩 오래 봅시다 여러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