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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
- 출간일
- 분야
- ISBN
- 2020년 06월 08일
- 인문
- 9791165364373
- 면수
- 판형
- 제본
- 344쪽
- 172mm × 245mm
- 무선
- 출간일
- 분야
- ISBN
- 면수
- 판형
- 제본
- 2020년 06월 08일
- 인문
- 9791165364373
- 344쪽
- 172mm × 245mm
- 무선
1. 《성냥》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대학교 때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하다 잠시 머리라도 식힐 겸 들렀던, 정기간행물실에서 만났던 옛 달구지 그림에서, 바퀴가 빠지지 말라고 질러놓는 부품을 우리 조상님들이 ‘비녀’라 불렀음을 알았다. 그 며칠 전 ‘기계요소 설계’ 강의에서 배운, 바로 그 ‘핀’이란 부품 아닌가? 이때부터 우리 공학 용어에 관심이 생겼다. 그 뒤 옛 기술 용어에 관심을 갖고 자료들을 모아왔고 뒤에 틈이 생길 때면 글을 써왔다. 그러다가 이런 사정을 잘 아는 한 후배가 나의 글을 책으로 만들자고 제안을 해서 그 글들에서 추려 한 권의 책으로 만들게 되었다.
2. 비슷한 장르의 책들과는 다르게 이 책만이 가진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면?
이 책은 우리말에 관한 책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과학 기술에 관한 것에 한한다. 그리고 이 책엔 옛 과학이나 기술의 내용이 들어 있지만 우리네 자랑스러운 과학 역사에 관한 것은 되도록 뺐다. 그다지 자랑스러운 것까진 없더라도 지금 우리의 생활과 연결된 것을 모아 거기에 깃든 조상의 슬기라든지 그 속에 녹아 있는 과학 기술의 원리들을 찾아보려고 했다. 내가 읽어본 적이 있는 내용은 앞뒤 설명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배제시키고 남이 보지 않은 나만의 견해를 밝히고자 했다. 이때 할 수만 있다면 역사적으로 공간적으로 따져보았다.
3. 도서관, 박물관, 민속촌 등 다양한 곳에서 자료조사를 진행하셨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나 자료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선 실학자들의 책에 소개된 수차의 실물을 볼 수가 없어서 중국 후베이성 이창의 처시민속촌까지 찾아간 적이 있다. 중국 저장성 닝보에서 2박3일 걸려 다녀왔다. 그런데 카메라의 메모리 카드가 읽히지 않았다. 그래서 일회용 사진기를 사서 찍어왔으나 유통기한이 훨씬 넘은 그 기계에서 건질 만한 게 별로 없었다. 그때의 실망감과 당혹감은 너무나 컸다. 그러다가 합덕수리민속박물관에 들렀을 때 재현해 놓은 ‘통차’를 만났다. 여기의 이 물건이 우리나라에서 만난 유일한 물수레였다. 우리나라 여러 민속박물관의 ‘무자위’나 ‘수차’란 이름으로 소금밭을 배경으로 전시되어 있는 것들은 모두 일제강점기 때 일본 사람들이 가져온 것들이라 조상의 과학기술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들이다. 실학자들이 그렇게 도입하고 싶어 했던 그 무자위 가운데 하나를 별 기대 없이 들른 시골 박물관에서 만났을 때의 반가움은 그나마 ‘처시’의 실망을 조금 씻어 주었다.
4. 저자님께서 이 책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부분이나 장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비차’이다. 난 비차란 이름을 단 그 ‘날틀’을 케이비에스의 ‘역사스페셜’에서 처음 만났다. 그 뒤 책방에서, 인터넷에서 이 ‘비차’를 자주 봤는데, 박물관에서 실물을 마주했다. 볼 때마다 비차에 대한 내용이나 생김이 조금씩 달라서, 그 근거라고 대는 이규경의 ‘비차변증설’ 원본을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주연문장전산고’를 찾아 반포 서래마을 위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고문서실에서 내주는 마이크로필름을 판독기에 걸고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원하는 부분을 찾아 프린트를 해온 기억이 새롭다. 이 책은 필사 과정에서 생긴 오자와 탈자가 많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나중에 고전번역원에서 교정을 보고 디지털화해서 데이터베이스에 올려주었다. 컴퓨터 화면에 띄우고 글자를 클릭해 한자사전에서 음과 뜻을 하나하나 확인해가면서 해독해 가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시간은 오래 걸렸다. 여기서 결국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나는 신경준의 ‘차제책’을 통해 조선시대 우리에게 서해와 동해에서 서로 다른 배를 부렸다는 사실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그의 책에 ‘비차’는 애초 없었고, 만약에 있었다면 몽골피에 형제가 만들었다는 ‘열기구’의 모습일 거라는 이규경의 추정이다. ‘비차’는 이제껏 제대로 검증 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결론을 얻었다. 자료를 얻기까지 그리고 한문을 번역해내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린 만큼 배운 바도 많아 특히 기억에 남는다.
5. 이 책을 꼭 읽어주셨으면 하는 분들이 있다면?
5-1 ‘우리말겨루기’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즐겨본 적이 있다. 이제는 안 보는데 그 까닭이 아무리 보아도 과학, 공학, 기술 관련한 말들은 ‘우리말’이 아니란 생각만 들게 하는 탓이다. 방송에서 우리말을 직접 부리는 사람들, 국립국어원이나 박물관, 학교처럼 우리말을 수집, 정리, 보급하는 데에서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산업 표준이나 과학 기술 용어에 직접 책임 있는 이런저런 학회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5-2 무엇보다 과학과 기술을 사랑하여 이과를 선택한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이 읽어 준다면 다시없는 영광이겠다는 생각을 한다.
5-3 지금의 기술과 연결되는 옛 기술과 우리말에 관심이 있는 이공계 대학생이나 엔지니어들이 봐 주셔도 괜찮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6.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십시오.
아버지가 아들딸에게 해주는 이야기와 같은 쉬운 글을 써보자는 욕심이 있었지만 재주가 부족하여 욕심만 잔뜩 부린 글이 되고 말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즉 그다지 읽기 쉬운 글은 아니지 싶다. 이 책은 남이 고를 때 너그러움이 요구되고 읽을 때 인내심이 필요한 책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모쪼록 이 책을 골라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느끼면서, 이 책에서 뭔가 하나라도 배우고 얻어가는 게 있으면 좋겠다.
7. 앞으로 저자님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가요?
새 토막글들은 써지는 대로 블로그에 올려가면서, 또 기회가 되면 정리된 글들은 엮어 책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그리고 필요하면 자료를 찾아 박물관을 더 다녀볼 셈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은 자주 가보지만 멀면 먼만큼 덜 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박물관은 많고 아직 못 본 것들도 많다. 충남 홍성의 결성농요농사박물관은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외진 곳에 있는 조그만 박물관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기록에서만 보고 말로만 듣던 ‘황개비’를 만났다. 그때의 반가웠던 마음을 가끔이라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