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를 달리게 하는 이유》를 집필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처음 내 생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마라톤을 시작하고 늘 두려움과 성취감의 혼돈 속에 횟수를 거듭하게 되면서 100회를 달성하고 또 다시 새로운 목표인 200회를 향해 갈 때 매번 달리고 나서 그때 그 기분을 기록해 둔 것을 그냥 방치하기보다는 책으로 정리해 놓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100회 때부터 소아암 어린이 돕기를 시작으로 조손가정 돕기, 아프리카 에디오피아 참전용사 돕기로 이어지다가, 200회를 맞이하면서 우간다 우물 파주기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랜드재단’과 협업으로 시작한 우간다 우물 파주기는 1+1 행사로 이어져 모금한 금액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우물을 파 줄 수 있게 되었다. 흔쾌히 지갑을 열어 준 63명의 동참자들이 있어서 1000만 원을 모금하게 되었고 이랜드재단에서는 약속대로 1+1의 기금이 더해 주어 2000만 원으로 우물 두 개를 파 주게 되었다. 시작은 보잘 것 없게 시작했지만 우렁찬 소리와 함께 맑은 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을 상상하면서 기쁨이 두 배로 넘쳐흐르게 되었다. 다시 300회를 향해 가면서 꾸준히 1m에 1원씩 기부하여 또 다른 기적을 불러올 수 있는 ‘나를 달리게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오직 나의 건강만을 위해 달리기 시작한 것이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건강까지 챙겨 줄 수 있는 소박한 꿈을 이어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2. 가장 좋았던 마라톤 코스가 있다면? 선호하거나 애착이 가는 러닝화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 잘 달리고 못 달리고를 떠나서 태극기와 함께 빗속을 헤치며 완주하는 동안 주로에서 끊임없이 들었던 응원 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한 군데 더 소개하라면 초가을의 눈 내린 후지산을 뒤에 두고 단풍으로 뒤덮인 두 개의 호수를 감돌아 뛰는 일본 후지산 코스가 기억에 생생하다. 역시 어린 아이들까지 길게 늘어서서 외치는 길거리 응원에 불끈 힘이 솟구쳤다.
“굿 짜아압(Good job)!”
“유아 갈 잇(You are got it)!”
“고우! 꼬우!(Go! go!)”
“런! 런!(Run! run!)”
“무브! 무브! 포워드!(Move! move! forward!)”
“유아 베스트(You are best)!”
“보스톤 스트롱(Boston Strong)!”
“오~ 코리안? 유아라 구웃!(Oh~ Korean? You are a good!)”
“헤이~ 부라보!(Hey~ Bravo!)”
“사이꼬~(さいこう=最高~)”
“감바레~(がんばれ=頑張れ~)”
“화이토~(ファイット~)”
달리기 하면서 신는 운동화는 한 사이즈 크게 신게 되는데 처음 달리기 할 때 신었던 아식스 운동화를 기념으로 보관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신는 운동화는 뉴발란스로 가장 발에 적합한 것 같다.
3. 마라톤 자체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으신가요?
마라톤을 하면서 세 번의 햄스트링 부상을 겪었다. 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걷지도 못하게 되면서 달리기와 영원히 이별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달리기에 대한 열정은 결코 식지 않아 완전히 회복되기 전부터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이제는 요령을 알아 더 이상 햄스트링 부상을 겪지 않고도 달릴 수가 있다. 오래 달리려면 기록에 욕심내지 말고 체력에 맞게 천천히 달리더라도 완주의 쾌감을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30km를 향해 달리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몇 번이고 마라톤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순간적으로 들 때가 있었지만 30km를 넘기고 마지막 골인 지점을 향해 달려가면서 다시금 다음 마라톤대회를 손꼽게 되는 마라톤 사랑이 아무리 생각해도 희한하기만 하다.
4.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라고들 하는데요, 수백 번을 몸소 뛰어 본 사람으로서 이런 점은 정말 인생과 같다든지, 이런 점은 인생과 다르다든지 하는 게 있을까요?
처음부터 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나를 달리게 하는 이유였다. 꾸준히 달린다는 것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건강하지 않으면 달릴 수가 없다. 우선 내가 건강해야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출간하면서 이제는 나만을 위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달리는 것이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남을 돕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명수인 깨끗한 물을 공급해 주는 우물 파주기는 또 다른 기쁨을 안겨 주게 된 것이다. 아프리카 오지에 우물을 파 주게 되면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집과 가까운 곳에서 깨끗한 물을 마시게 됨은 물론이고 건강한 삶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참으로 귀하고 선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를 달리게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 것이다. 달리면 건강해지고 또한 행복해진다. 게다가 달리면서 1m에 1원씩 적립해 가면서 누군가에게 희망을 선물해 준다는 생각으로 멈출 수 없게 되는 자극이 된다. 인생이 마라톤이라 함은 멈출 수 없는 이웃사랑이기 때문이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이어 가는 생명줄과도 같은 것이 바로 인생이고 마라톤이라 생각한다. 마라톤 그 자체가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인생이다.
5. 앞으로 또 추가될 ‘나를 달리게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이 책은 일반 자서전이라기보다는 달리기를 마치고 그 때 당시의 기분 그대로를 일기 형식으로 썼던 글들의 모음이다. 풀코스 마라톤 100회를 넘어 200회를 완주하면서 과정에 있었던 수많은 우여곡절들을 생생하게 나를 향해 써 내려 간 글들이다. 혹시라도 달리기를 하는 분들이라면 다소 공감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출발하기 전부터 달리는 중간중간 고통스러운 아픔을 딛고 무사히 골인했을 때의 환희를 여과 없이 기록으로 남긴 것이기 때문이다. 기록에 연연하지 않은 것은 능력이 안 된 것이 가장 주된 요인이지만 사실 달리기를 즐기면서 여유롭게 건강 챙기기로 생각한 이유다. 절대로 무리하지 않고 힘 닿는 대로, 그렇다고 기록을 완전히 무시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원하는 만큼 기록을 낼 수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달리면서 주변 풍광은 물론이고 내 모습 촬영에도 꽤나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모든 사진을 책 속에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이 흘러넘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단 책으로 출간되면서 주변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게 되었다. 책이 판매되면서 얻게 되는 인세 전액을 아프리카 우물 파주기에 기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느덧 달리기를 통해 나 자신보다 이웃을 생각하게 되면서 아프리카에서 여생을 보낸 슈바이처 박사나 〈울지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 그리고 유니세프 친선대사인 오드리 헵번의 아름답고 희생과 봉사의 여생이 짠하게 다가온다. 물론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 이봉창 의사 같은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 인생의 좌표가 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제부터 나의 남은 삶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한 희생과 봉사의 삶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소망으로 연결되었다. 나를 달리게 하는 또 다른 이유다.
6. 저자님은 평소 어떤 책을 즐겨 읽나요? 독자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나 영화, 노래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직장생활을 할 때는 피터 드러커의 저서를 많이 읽었다. 아니 읽어야만 했다. 비즈니스 측면으로 보면 모두가 최고의 경전임에 틀림이 없다.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유효한 경영의 확실한 길잡이 역할에 큰 감동을 준다. 특히 피터 드러커의 《성과를 향한 도전》은 경영자는 물론 일반 직원들도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그리고 테오도르 레비트가 지은 《마케팅 상상력》이란 책 또한 반드시 읽어야 할 최고의 경영학 도서라 할 수 있겠다. 영화는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 아침을〉, 〈사랑과 영혼〉, 〈벤허〉, 〈십계〉,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은 명작들이 세월을 무시하고 가슴을 설레게 한다. 노래는 윤형주를 비롯한 쎄시봉 멤버들이 부른 수많은 노래와 〈사랑해〉의 라나에 로스포, 〈방랑자〉의 박인희, 〈아침이슬〉의 양희은, 〈J에게〉의 이선희 등 청아하고 고운 목소리의 7080 노래에 여전히 쿵쾅거리는 가슴을 가누기가 쉽지 않다. 거기에 조용필, 남진, 라훈아의 박력 넘치는 노래는 젊은 시절 꿈과 사랑을 다듬어 갈 때 추억의 노래로 자리 잡고 있다.
7.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이 있다면 한 말씀 해 주십시오.
이 책은 달리기 교본이 아니다. 그냥 달리기 하면서 겪었던 과정들을 느낀 감정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 놓은 것이다. 그러면서 달리기를 통해 나 혼자만의 건강을 챙기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건강까지도 생각하는 푸짐하고 넉넉한 인심이 담겨 있다. 한 번, 한 번 완주할 때마다 환희가 넘치는 가운데 또 다른 풍요로움을 느끼게 되는 나를 달리게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아프리카 우물 파주기의 시작에 불과하다. 한 개의 우물을 파 주게 되면 그 다음의 우물도 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작이 어렵지 한번 시작하게 되면 그 다음은 정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마라톤 할 때 지켜야 할 일정한 페이스 유지가 우물 파주기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 저절로 페이스 유지가 되는 것 같다. 책을 쓰는 일도 페이스 유지가 필요하다. 희망과 행복이 끊임없이 넘쳐흐른다.
8.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처음 책을 출간하면서 쉽지 않은 과정을 겪어야 했다. 어찌 보면 마라톤보다도 더 힘든 과정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 완주가 힘들지, 그 다음부터는 요령도 달라붙는다. 내친 김에 두 번째 저서를 세상으로 밀어내려고 한다. 제목도 희한한 《김포공항에 배 들어오믄 영화 구경 가자!》로 정했다. 이번에는 나 중심의 마라톤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 중심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회사 사보에 연재하면서 나름 전 직원들에게 공감과 즐거움을 안겨 주었던 일상의 삶 속의 이야기다. 일찌감치 초등학교 때부터 나를 이끌어 주신 여러 은사님들께 추천사를 미리 받아 놓았기에 나의 성장과정의 가족 이야기를 반드시 책으로 세상에 내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