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후 한 5년쯤까지는 스스로 위로하고 휴식하기 위해 국내외 여기저기를 자주 여행하곤 했다. 그러다가 그 휴식의 시간을 소중하게 갈무리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가우디의 기호들, 사그라다 파밀리아>였다. 유럽 이곳저곳을 짧게 다니면서 순간순간을 포착한 메모들을 나름 시 형식으로 모아 본 책이었다.
2020년은 모두에게 가혹한 해였다. 특히 필자가 살던 대구는 좀 과장하자면 유폐되어 있는 섬 같은 느낌이었다.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던 시절이 정말 그리웠다. 그래서 태어난 게 <서풍받이와 모래울>이다. 그간 틈틈이 여행했던 여러 '섬'에 대한 추억이나 느낌을 역시 시 형식으로 모아놓은 여행 시집이다.
코로나는 풀릴 듯 풀리지 않는 매듭처럼 길고 집요하게 지금도 버티고 있다. 멀지 않은 계곡이나 걷기 좋은 숲을 찾는 일 외에 딱히 할 일 없는 무료함. 이즈음 <찔레꽃을 위한 변명> 원고 완성. 시리즈 1, 2에 비해 시적인 형상화가 더 농밀하다고 위로하면서 이번에는 감히 '정노무 시집'이라 부르기로 했다.
'주마간산 여행 스케치 1, 2, 3' 3권을 잇달아 출판하면서 느낀 점은 '좋은땅'의 출판 작업 과정이 매우 체계적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초보 저술가라도 출판사의 안내에 따라 과정 하나하나를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소중한 '나의 책' 한 권이 떡하니 만들어진다.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을 만큼.
<찔레꽃을 위한 변명>을 위해, 지나칠 만큼 꼼꼼하게 원고 교정 작업을 해 주신 교정 담당자분, 표지와 내지 디자인을 예쁘게 작업해 주신 디자이너분, 출판과 배본에까지 세세하게 애써 주신 매니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