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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전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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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물에게》
2019년 11월

만 불을 모으고 싶었다. 

여행을 가고 싶었고 부모님에게도 돌려 드리고 싶었다.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에는 돈이라는 게 빠지지 않았다. 절실하게 돈이 필요했다. 제대로 된 휴식 없이 계속 일하다 보니 침대에서 일어나 발을 디디면 발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체력은 자꾸 떨어져서 시간상으로는 잠을 충분히 자도 피곤이 가시질 않았다.

일을 그만두고 푹 자거나 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백 번 천 번도 생각해 보았지만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생각으로만 끝내야만 했다. 너무나도 일이 싫었기 때문에 가장 단순한 결론을 냈다. 그러면 최대한 빨리 돈을 모으면 된다. 그러면 이 지긋지긋한 하루에서 벗어날 수 있을테니까.

 

 

 

그렇게 돈 모으는 귀신이 됐다. 돈을 써 버리면 쓴 만큼 일을 더 해야 하니까 자린고비처럼 소비를 하지 않았다. 끼니는 밖에서 사먹지 않고 일하는 식당에서 해결했다. 옷 같은 것도 사지 않았다. 어딜 굳이 가지도 않았다. 심지어 하나밖에 없는 신발은 밑창이 뜯어지며 걸레짝이 되었지만 그마저도 본드를 붙여 가며 신었다. 고정적인 지출은 3개의 침실이 있는 아파트에 12명이 살던, 닭장이라 불리던 곳에 낸 숙소비가 다였다. 그 외에는 돈을 받으면 그대로 은행에 넣을 뿐이었다.

 

그렇게 인내라는 이름으로 하루하루 묵묵하게 버텨 나갔고 ‘복사+붙여넣기’ 같던 석 달 반이 지났다. 잃어버린 시간의 대가로 드디어 통장에 만 불이 찍혔고, 나의 인생 최고로 처절하게 산 순간이 끝이 났다. 그리고 바로 두 식당 모두 일을 그만두었다.

 

지독하게 힘든 시간이었고 미련하게 아파했던 시간이었다. 내가 만약 호주에 도착했을 때 캐리어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이렇게 악착같이 살 수 있었을까. 모든 걸 잃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남아 보려고 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캐리어를 찾고 나서는 내 마음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있는 힘껏 절실하게 살아 보았다. 굳이 스스로 힘듦을 자초했던 건 아마 이 말을 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상황이 어려워도 죽을힘을 다 한다면 해낼 수도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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