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5월호 이달의 추천도서로 선정
[이달의 추천도서]
에티오피아 다이어리 外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에티오피아 다이어리 | 최광현•주혜영 지음, 좋은 땅, 340쪽, 1만8000원
나는 에티오피아의 피부과 의사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으로 군 대체복무를 하고 있다. 두려움을 안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새 3년의 세월이 흘렀다. 에티오피아에서 군 복무를 하기로 결심했을 때 가족들은 펄펄 뛰며 반대했다. 아내는 가족동의서 사인을 거부하며 나를 막았다. 그러나 나는 아내의 필적을 도용해가며 에티오피아행을 밀어붙였다. 피부과 의사인 아내는 나를 혼자 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나를 따라가기도 쉬운 일이 아니라 몇날 며칠을 고민했다. 첫돌과 두 돌이 갓 지난 두 아이를 데려가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미안한 마음이 크다.
에티오피아에 갈 당시만 해도 나는 멋진 계획을 많이 세웠다. 좋은 논문도 쓰고, 사업 아이템도 찾고, 국제기구 진출도 알아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나는 그저 에티오피아에 사는 한 명의 의사일 뿐이었다. 지금 내 손에 남은 건 졸저 ‘에티오피아 다이어리’와 ‘쌀람! 에티오피아’ 두 권이 전부다. 그러나 말로 표현하지 못할 보람으로 우리 부부는 지금 행복하다.
이 책은 낯선 나라 에티오피아의 이모저모를 다룬 첫 소개서다. 우리 부부는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직접 운전해 에티오피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이 책을 준비했다. 물론 의사로 활동하며 하루하루 겪은 크고 작은 일들, 우리가 만난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뤘다.
‘에티오피아 다이어리-피부과 의사 부부의 아프리카 3년 살아보기’는 주로 메켈레를 중심으로 한 에티오피아 북부 도시에 대한 기록을 담았다. 또 다른 졸저 ‘쌀람! 에티오피아’(지식공감 발행)는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중심으로 남부와 동부에서의 생활을 담은 기록이다. 두 책 모두 여행지에 대한 소개뿐 아니라 우리 부부가 느낀 현지인들의 사고방식과 문화도 자세히 소개했다.
에티오피아 같은 오지에서 살다보니 어지간한 일은 혼자 할 수 있게 됐다. 굳이 배우려 하지 않아도 배우게 된 일이 많다. 집을 수리하고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고치는 실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 가격흥정 능력과 간단한 호신술도 3년 전에는 생각지 못했을 것들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에티오피아에서 얻은 가장 큰 보람은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오만과 편견’을 버릴 수 있게 된 점이 아닐까 싶다. 가난, 질병, 빈곤, 원조 같은 단어들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게으르다”는 식의 편견을 버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에티오피아는 나일강이 시작하는 곳이다. 수많은 산과 호수를 가진 아름다운 고원의 나라다. 서구 열강의 식민 지배를 받지 않아 전통문화가 잘 보존돼 있다. 에티오피아를 돌아보다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하지만, 절대 나쁜 경험은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단 한 명이라도 에티오피아를 더 찾게 된다면, 에티오피아의 가능성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광현 | 한국국제협력단 피부과 협력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