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찍히지 않은 사진展》의 저자 박진과의 만남
1. 《당신이 찍히지 않은 사진展》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2017년 여름, 카메라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노래하는 친구의 첫 앨범 자켓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어요. 책을 내게 된 것은 자켓 촬영 후 그 친구가 해준 말 덕분입니다.
“모든 게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지금까지 앨범을 내지 못했어. 하지만 항상 시작은 무서운 거야.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음악을 즐기기로 했어, 진지할 필요 없이. 난 두 번째 앨범도, 세 번째 앨범도 낼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노래들로 나는 점점 성장할 테니까.”
행복한 얼굴로 그 말을 제게 해 주었던 친구 J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2. 《당신이 찍히지 않은 사진展》이라는 제목은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사랑하는 당신이 찍히지 않은 사진들의 모음집이에요. 당신이 옆에 있을 때에는 당신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을 기록하기 위해, 당신이 옆에 없을 때에는 당신 생각을 새기기 위해.
당신은 찍히지 않았지만, 당신을 생각하지 않으며 찍은 사진은 없어요.
3. 가장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다면?
본문의 글들은 책으로 엮기 위해 쓴 글이 아닙니다. 북받치는 감정에 힘들었던 날 썼던 자기위로를 위한 글들이었죠. 그러나 '바치는 글'은 달랐어요. 무슨 책을 내게 되더라도 바치는 글만은 그대로였을 겁니다. 그건 2012년 겨울이 시작될 무렵 써 놓았던, 언제 내게 될지 모를, 어떤 책이 될지 모를 원고의 첫 페이지였으니까요. 그 글을 바치기 위해 이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4. 비슷한 장르의 책들과는 다르게 이 책만이 가진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면?
본문의 내용으로 따지자면 '읽을 리 없는 사람', '읽으면 안 되는 사람', '읽을 수 없는 사람'이 한 명씩 있는, 조금은 다른 책이네요.
책의 성격을 구분한다면 여행 포토 에세이가 되겠죠. 유럽 여행 사진이지만 유명한 관광지 사진은 거의 없는 편이에요. 대신 제가 보았던 유럽, 제게 아름다웠던 유럽의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특히 2014년부터 2015년까지 1년 동안은 스페인에 머물면서 유럽의 사계를 사진에 담았습니다. 유럽 여행을 가게 되신다면 '이 달의 이 장소는 이런 분위기, 이런 색깔을 품고 있구나.' 하고 참고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5. 저자님은 평소 어떤 책을 즐겨 읽나요?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나 영화, 노래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대학교 재학 중에는 단편 소설과 고전 시가를 많이 읽었어요. 신경숙 작가님의 '풍금이 있던 자리'를 처음 읽었을 때 충격은 아직도 생생해요. 문장 하나에서부터 글의 구성까지 모든 것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스무 살 때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그 책을 읽으며 처음 알 수 있었죠.
잔잔한 가사를 가진 노래를 좋아합니다. 故 김광석 님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유럽에서 기차를 탈 때면 꼭 들었던 노래예요. 산울림의 '너의 의미', coldplay의 'yellow'는 언제 들어도 좋은 것 같아요.
영화는 ‘The Hours(2003)’를 아직 보시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면 꼭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6. 책의 주요 배경이 되는 산티아고 외에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여행 전 그 나라에 관해 공부를 하고 가는 편은 아니에요. 대신 그 나라, 혹은 도시에 관련된 문화 컨텐츠는 최대한 접하고 가려 노력합니다. 책에 실린 도시들 중 이탈리아의 ‘Arezzo’라는 곳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1999)’의 촬영지예요. 이 작은 마을은 마을 전체가 영화의 촬영지였어요. 걷다보면 영화에 나오는 장소마다 그 장면의 사진과 설명이 있는 팻말이 놓여 있어요. 그 팻말들을 찾으며 혼자 마을을 몇 바퀴씩 걸었던 그때가 아주 즐거웠던 것 같아요.
관련된 컨텐츠를 접하고 여행을 하면 자신이 서 있는 그곳에 좀 더 강한 애착감과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Arezzo 외에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컨텐츠와 도시들을 몇 가지 더 소개해드립니다.
포르투갈 'Lisbon' : 영화_리스본행 야간열차(2014)
스코틀랜드 ‘Edinburgh' : 영화_원데이(2012)
오스트리아 ‘Wein' : 뮤지컬_엘리자베스
7.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십시오.
2012년 순례길 위에서 그 사람을 만났던 날은, 유럽에 와서 가장 무섭고 화나는 일이 제게 일어났던 날이었어요. 상상도 하지 못했죠. 눈물을 참으며 순례를 마쳤던 그날 저녁, 내 생에 가장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될 거란 걸. 제가 금년이 지나기 전에 책을 낼 수 있을 거라고, 7월까지만 해도 꿈조차 꾸지 못했던 것처럼요.
인생은 길 모퉁이를 도는 일 같아요. 돌아서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게 너무 행복해요. 언젠가는 그 사람처럼 멋진 일이 또 제게 찾아올 거라는 기대감으로요. 그러니 잠깐 슬픈 일에 너무 많이 힘들어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저에게도, 독자님들께도, 저 모퉁이만 돌면 멋진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8.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나고 보니 순간인 5년이었는데, 사진 정리를 하다 보니 의외로 많은 일이 있었던 시간이었네요. 5년 전의 제가 지금의 저를 본다면 칭찬해 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제 5년 후의 저를 지금의 제가 수고했다고 토닥여줄 수 있도록, 다시 준비를 시작해야겠죠.
앞으로도 여행을 다니며 글은 계속 쓰고, 사진도 계속 찍을 거예요. 기회가 된다면 그와 관련하여 많은 배움을 받고,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