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남》의 장호철, 오승재 저자와의 만남
1. 《맛남》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장호철: 하루 세끼의 음식. 스쳐가거나 만나는 사람들. 우리는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맛과 만남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공기처럼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그저 인식하지 못한 채 흘려버리곤 합니다. 사실은 살아가는 것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그래서 당연한 것에 ‘살아감’이라는 의미를 담아 보게 되었습니다. 맛과 만남을 맛남으로…….
2. 두 분은 어떻게 만나셨고, 어떻게 한 권의 책을 함께 쓰시게 되었나요?
오승재: 저희는 18년 전 광고대행사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동안 동료로서 때로는 클라이언트와 CF 감독으로 계속 인연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던 2017년 5월 즈음이었습니다. 장호철 선배가 음식에 관한 책을 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었죠. 둘 다 식도락을 좋아하니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생각했었는데 그런 책은 이미 너무나도 차고 넘치더군요. 저희보다 훨씬 전문적이고 훌륭한 책들이 많았습니다. 에세이 역시 마찬가지였죠. 그래서 ‘소설로 쓰자’고 결정했습니다. 소설이라는 툴은 ‘집필 동기’에서 밝힌 의미를 담기에도 더 효과적이었죠. 그렇게 전체적인 방향을 같이 의논하고, 식당을 선별하고 기획을 정리한 뒤 글을 써서 지금의 ‘맛남’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3. 《맛남》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나요?
장호철: 아무래도 주인공 ‘김정훈’에게 가장 애착이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을 쓰는 내내 그의 여정과 감정을 함께 했었으니까요. 달리 다른 캐릭터를 찾는다면 ‘달콤한 기억에 오르다’편과 ‘화려한 축제를 쏘아 올리다’편에서 정훈이 만난 할리데이비슨을 탄 남자가 아닐까 합니다. 그에게는 다른 이야기가 많을 것 같거든요.
4. 책에 소개된 음식 외에 저자님들만의 ‘힐링 푸드’가 있으신가요?
오승재: 사실 저 같은 경우는 먹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는 편이라서 무엇을 먹어도 기분만 좋아진다면 그 어떤 음식도 ‘힐링 푸드’인 것 같습니다. 굳이 꼽자면 평양냉면입니다만 요즘은 왜인지 만두에 빠져 있어서 ‘만두 탐험’ 중입니다.
장호철: 저에게 힐링 푸드란 음식 재료 고유의 향과 맛을 너무 많은 양념이 가리지 않고 그 재료가 지닌 시간과 자연의 힘을 그대로 먹을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철음식이라 불리는 음식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5. 저자님은 평소 어떤 책을 즐겨 읽나요?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나 영화, 노래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오승재: 저는 음식과 같이 책도 크게 가리지 않는 편이라서 호기심이 생기면 고민 없이 보는 편입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살아있는 한국신화》(신동훈), 《특이점이 온다》(레이커즈 와일), 《행복한 그림자의 춤》(앨리스 먼로)입니다. 한 권을 읽고 다음 책을 읽기보다는 여러 종류의 책을 동시에 조금씩 읽어가는 멀티리딩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쉬지 않고 한 번에 읽어 넘긴 책이 있습니다. 독자분들이 한 번쯤 읽어보셨으면 하는 그 책은 《고백》(미나토 가나에)입니다. 하나의 사건을 등장인물마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얘기하며 진실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매력이 돋보이는 소설이죠. 캐릭터의 감정, 이야기 진행, 작자의 주제가 모두 힘 있게 다가옵니다. 이미 2010년에 영화화도 되었는데요. 영화도 원작의 매력을 100% 잘 살리고 있어서 아직 안 보셨으면 꼭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노래는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를 추천합니다. 명곡이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지만 우주에 홀로 남은 톰 소령의 감정을 아직 못 느껴보셨다면 꼭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장호철: 독자 분들과 함께 공감하고픈 책으로 《경전 7첩 반상》(성소은)과 《현대인을 위한 묵상 오늘》(전의영)을 꼽고자 합니다. 《경전 7첩 반상》은 다양한 종교가 가진 진리와 힘, 그 중 7가지 경전들(법구경, 도덕경, 요한복음, 바가바드기타, 중용 등)을 통해 마음의 밥상을 차려놓고 삶의 맛과 자기 발견이라는 향기를 전해 드릴 겁니다. 그리고 묵상집 《현대인을 위한 묵상 오늘》은 시골마을 루터교회 목사님의 묵상집으로 시골생활과 세상 이야기, 사람과 사람, 그리고 행복한 사람이라는 주제를 함께 생각하자는 의도로 엮어진 소중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깊은 묵상은 삶을 성숙하게 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6.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오승재: 지금 또 다른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맛남》과는 완전히 다른 장르소설이죠. 빨리 마무리해서 독자 여러분께 선보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계획이기 보다는 바람입니다만 많은 분들이 《맛남》을 읽어주셔서 정훈의 다음 이야기를 펼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장호철 선배는 《맛수》라는 책 제목까지 지어놨으니까요.
장호철: 좀 더 다양하고 행복한 맛과의 만남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음식에는 분명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고 시간과 공간적 계념도 응축되어 있지요. 그래서 같은 음식이라도 다른 맛을 느끼고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생각합니다. 더 맛있고 행복한 맛의 이야기를 찾는다면 오승재 저자와 함께 다시 좋은땅 출판사를 통해 다양한 독자 여러분을 찾아뵙고 싶습니다.